2025.8.18 김사인 <여름날>
두세 평짜리 텃밭에서 쏟아지는 열매들을 보고 있자면, 세상 물욕이 저절로 사그라들지요. 일 년에 밭 사용료 3만, 비료나 작물씨앗 (고추 40, 옥수수 20, 호박 5, 오이 5, 가지 5, 토마토 5, 감자씨 40여 개)에 들어간 비용을 다 합해도, 여름내 수확하여 얻은 기쁨은 그 비용의 천배를 뛰어넘고도 모자랄 듯하지요.
오이장아찌는 넘칠 정도로 담아두고, 호박과 가지의 다양한 먹거리를 위해, 잘 말려서 저장해 두고요. 요즘은 빨간 고추 두물 세물 따다가 부지런히 말려주는 건조기 덕분에 채반에 쌓이는 말린 고추를 보면 부자가 되는 듯하여 얼마나 마음이 넉넉해지는지... 이만하면 본업이 아무리 힘들어도, ‘다 살아지는 거여. 목숨만 있으면’이라는 어른들 말씀에 고개가 끄떡여집니다.
여름의 상달, 8월도 절반이 지나도, 음력으로 윤달이란 달이 들어 있어서 그런지, 기대했던 생명들의 성장이 조금 더디 가는 듯하더군요. 예전 같으면 이런 걸 하늘의 이치에 맡겨두고 기다림이란 체에 걸러 나올 ‘미학(美學)‘에 빠질 텐데, 요즘은 과학용어와 AI가 재깍재깍 설명해주겠지 싶어 달리 궁금해하지도 않고 스치는 일상이지요.
그럼에도 마주치는 늦여름이 피워내는 사물의 아름다움을 한 순간이라도 기억하려 여기저기 머리를 내밀어봅니다. 그중 하나가 바닷가 해송 사이로 피어나는 맥문동이었는데요, 어제 점심 후 잠시 들렀더니, 아직도 요원하였습니다. 아마도 바쁘게 지나가버릴 8월 시간표에 꼭 끼워두고 다시 한번 찾아오라는 뜻이겠거니 생각하고 돌아왔습니다.
금주 간은 초등 중등학교까지 개학이 있지요. 방학 동안 우리 학생들의 신체적 성장만큼이나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면, 제가 나라의 리더라면 통 크게, 마치 소비쿠폰 베풀 듯, 우리 학생들에게도 특별방학쿠폰 한번 쓰겠고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학생들이 더 놀고 싶어 하지요. 그나마 학원에서 만나는 학생들은 규칙적인 습관이 들어있는 편이라, 그들의 마음을 읽어내기가 쉬워서 이런 생각도 해 보았답니다. 제 맘대로 방학쿠폰 쓰면 교육비 내는 학부모들께서 좋아하지 않으실 테니까, 이럴 때 대통령의 결단(?)이란 게 필요하지 않을까... ^^ 김사인시인의 <여름날>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여름날 - 김사인
풀들이 시드렁거드렁 자랍니다
제 오래비 시누 올케에다
시어미 당숙 조카 생질 두루 어우러져
여름 한낮 한가합니다
봉숭아 채송화 분꽃에 양아욱
산나리 고추가 핍니다
언니 아우 함께 핍니다
암탉은 고질고질한 병아리 두엇 데리고
동네 한 바퀴 의젓합니다
나도 삐약거리는 내 새끼 하나하고 그 속에 앉아
어쩌다 비 갠 여름 한나절
시드렁거드렁 그것들 봅니다
긴 듯도 해서 긴 듯도 해서 눈이 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