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166

2025.10.1 이문재 <10월>

by 박모니카

10월이 왔군요. 피아노보다는 바이올린, 파랑과 초록보다는 노랗고 붉은색으로 덧대어진 진갈색이 어울리는 계절이 왔네요. 사람 마음이 간사해서, 하루 사이에 초가을의 ‘초’ 자를 삭제시키며, ‘참’ 가을이라고 호들갑 떨겠지요... 바로 저처럼요.^^, 어쨌든 오늘부터는 가을풍경으로 갖가지 수식어를 앞세우고 달려드는 10월의 휘장이 넘실거릴 거예요.


어제는 도토리와 상수리 얘기하면서 그 둘을 구별했는데요, 뭐니 뭐니 해도 가을 하면 알밤처럼 사람에게 곁을 내주는 열매도 없을 거예요. 학원까지 생율과 노란 단호박죽을 가지고 오신 지인, 살아있는 꽃게를 주신 남편후배, 제 아침편지 구독료라며, 저 멀리 경기도 포천에서 과일을 보내준 후배... 들의 사랑을 모아서 모두 엄마의 추석차림준비로 건넸습니다.

일 년에 기껏해야 두 번 있는 명절, 그 중 한 번밖에 없는 추석. 사람냄새나는 이 명절을 준비하는 일은 참으로 신성한 예이며 도리이지요. 저는 이런 날들이 참 좋기만 합니다.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며, 서로의 안부를 나누는 일이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아갈까요.~~ 아는 분 모두에게 다 하지 못함이 아쉽고 미안할 뿐입니다. 대신 이런 시 편지라도 받아주시니 감사할 밖에요.^^


오늘과 내일이 학원의 정규수업이지만, 다음 주 명절연휴가 너무 길어서, 개천절에도 정상수업한다고 했더니, 아이들은 한숨을, 학부모는 감사를... 제 입장에서는 할 일이 쌓여 있어서, 학원 콕 예정이라, 겸사겸사 수업이나 해야지 한 건데, 우리 학생들은 무조건 쉬고 싶은 마음인 것을, 제가 너무 꽉 붙들었나 봐요.


어쨌든, 10월 첫날, 새 마음 다지고 행진할 일이 있어서, 이 새벽부터 긴 호흡으로 정신무장하네요. 방금 엄마께서 고추밭의 고춧잎을 거두자고 하시네요. 어쿠야... 했지만, 두말없이 ‘그러시지요 ‘ 대답하며 일어섭니다. 오늘의 출발이 행복해야 한 달이 행복하니까요. 오늘의 맘이 가벼워야, 한 달이 가볍게, 툭툭 나뭇잎 떨어트리며 제 본모습을 당당히 비추는 나무들처럼 될 테니까요. 이문재 시인의 <10월>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10월 - 이문재


투명해지려면 노랗게 타올라야 한다

은행나무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은행잎을 떨어뜨린다

중력이 툭, 툭, 은행잎을 따 간다

노랗게 물든 채 걸음을 멈춘 바람아

가볍고 느린 추락에게 길을 내준다

아직도 푸른 것들은 그 속이 시린 시월

내 몸 안에서 무성했던 상처도 저렇게

노랗게 말랐으리, 뿌리의 반대편으로

타올라, 타오름의 정점에서

중력에 졌으리라,

서슴없이 가벼워졌으나

결코 가볍지 않는 10월

흑꼬리도요새... 13000km를 날아온 천연기념물... 사람을 살리는 새들!!

경포천에 떼를 지은 갈매기들 사이에 귀한 도요새들 10여 마리가 모여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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