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9.30 하종오 <참나무가 대나무에게>
가을산은 분명 도토리와 상수리의 보고인 듯, 어제 산책에서는 갈 때도 올 때도 이들과의 만남이 우선이었습니다. ‘토도독 툭’ 소리가 나서 발 밑을 보고 있는데, 어느 어른께서 말씀하시길, “나는 도토리가 밟히는 것이 제일 아깝더구먼. 땅에 떨어진 것 만 주워도 도토리묵 만들겠네.” 그제야 사방에 도토리가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이 보였네요. 또 열린 오지랖에 젖은 나뭇잎에 숨어 있는 것까지 주워서 두 주먹을 드렸습니다. 엄청 좋아하시더군요. 젊은이라 눈도 좋다고 하시면서요...
걷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한 무리의 초등생들이 무언가 설명을 듣고 있었습니다. 숲 해설가가 엄지 손가락에 도토리껍질을 들고 털모자 같은 도토리의 털 기능에 대해 학생들에게 말하고 있더군요.
사실 도토리와 상수리가 어떻게 다른지 구별하려는 마음이 처음,,, (부끄럽지만요^^) 사전을 찾아보니 열매를 맺는 나무(도토리는 참나무류, 상수리는 상수리나무)도 다르고 생김새도 확실히 구분되더군요. 모양이 길쭉하고 털모자가 없는 것은 도토리, 모양이 동글고 털모자가 있으면 상수리라고 쓰여 있네요. 각각의 이름의 어원을 보니, 도토리를 ‘저의율(猪矣栗)‘, 즉 돼지의 밤이라 하고 이 돼지의 고어가 ’돝‘이라 해서 도토리라는 말이 나왔다고 해요.
반면 상수리의 어원은 분명치 않고요, 단지 임진왜란 때 선조가 피난길에 수라상에 오르내리던 도토리묵을 보고 얻은 이름일 거라는 속설과, 한자로 ’ 상실(橡實)’이 어떤 음운변화를 거쳐 상수리가 되었다는 견해 등,,, 다양한 말들이 있는데요, 저도 그냥 이런 말들을 읽어보는 재미에 아침편지에 올립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는 알지요. ‘도토리 키재기’ ‘개밥에 도토리’ 등의 속담!! 분명 개는 도토리를 먹지 않는다는 사실이죠. 그런데 신기하게 우리 복실이는 삶은 밤도 참 잘 먹는 답니다. ^^
참나무류에 상수리나무도 포함되니, 참나무의 ‘참’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나오는 도토리가 베푸는 유익함의 속 뜻을 알 것도 같아요. 환경운동자 남편은 다람쥐들의 겨울양식을 왜 손대냐고 하지만, 한 톨한 톨 거두어 묵 한 사발 해 먹고 싶다는 어르신도 양식이자 보양이 될 수 있으니, 서로 같이 먹어야 더 좋지요.^^ 저처럼 열매를 구별 못했다면 금주에는 ‘산’이라는 ‘책’에서 공부하며 진한 ‘가을산책’한번 해보세요. 하종오시인의 <참나무가 대나무에게>를 들려드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참나무가 대나무에게 – 하종오
네가 곳곳이 서서 흔들리는 땅에
나는 바람 잠재우며 버틴다
너는 휘어지지 않고 휘어지지 않고 꺾여서 바치고
나는 쪼개져 쪼개져 불로 타서 바치는
우리 목숨 더 깊은 목숨 어느 나무가 바치겠는가
숯이 되지 않는 너에게 숯이 되는 내가
불이여 불이여 노여워 소리칠 수 있다면
칼이 되지 못하는 나에게 죽창이 되는 네가
죽음이여 죽음이여 노여워 소리칠 수 있다면
죽어서 불타는 숲은 누구인가
너는 분노하여 곧은 몸을 세우고 있지만
그러나 나는 슬픔 밑으로 뿌리를 내린다.
다만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서로가 서로에게 엉키며 뿌리 뻗어서
아름다운 우리나라 산맥을 이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