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171

2025.10.6 최병엽 <송편>

by 박모니카

추석(秋夕)입니다. 일 년 두 번의 명절(설날과 추석) 중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이 가장 풍요로운 날이 추석인 듯합니다. ‘한가위’ ‘가배’ ‘중추절‘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 추석의 얼굴이 제일 예쁠 때는 뭐니 뭐니 해도 보름달로 나타날 때가 아닌가 해요. 음력 팔월, 가을의 밤하늘에 한 줄 그을림 없이 밝고 둥근 보름달로 채워진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 신과의 대화‘ 자리에 초대를 받은 것 같지요. 아무리 AI의 재주가 대단한 사회시스템이 지배한다고 해도 여전히 우리 인간은 하늘을 보며 달님에게 소원을 빌고 싶고, 각자의 마음속에 달의 기운을 받아 희망을 갖고 살아갑니다.


매달 뜨는 보름달이 있지만, 유독 가을 팔월의 달빛을 사랑한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아무리 글로서 지식을 쌓고, 좋은 집, 좋은 옷을 갖고 있어도, 먹을 것이 없다면 모든 존재는 생명을 부지하기 어렵지요. 농경문화에서 가을에 거두는 수확물을 보면서 혼자 독차지하지 않고, 이웃과 나누고 하늘에까지 그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사람의 마음... 그 신성한 마음이 돋구어져 달님에게 기도하는 문화가 만들어졌을 거예요.


’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는 말처럼, 농경문화를 기반한 우리나라의 역사에 추석이 최대의 명절이 된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겠지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햅쌀반죽으로 송편을 빚는 일이 정말 재밌었어요. 30여 년 전 결혼하여 시댁에 갔을 때도, 송편 빚기 모양이 남다르게 예뻐서 늦게 시집온 나이 많은 며느리는 명절때마다 귀한 대접을 받았답니다. 친정 추석상은 전통적인 상차림으로 송편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침개, 각종 어류 전, 나물, 햇과일 등을 준비하는 모습에 늘 행복했구요. 개신교문화인 시댁은 상차림도 없고 성묘에 가서 부모님께 절도 안 하니, 명절 때마다 마음 한켠이 씁쓸하지요. 몸은 편할지 몰라도 왠지 그런 전통적 의례마저 없으니 가난해지는 추석같고 언제나 허전하지요.^^ (제가 큰 며느리라면 쏴악 바꾸고 싶을 정도로~~)


중요한 것은 오늘은 추석입니다. 어제 저녁 말랭이에서 퇴근하는데 둥근 달, 보름달이 환하게 떠 있더군요. 혹시나 구름에 가려서 보이지 않으면 제 맘에 보름달을 들어오게 할 묘법을 궁리하고 있던 중이었는데요. 진짜 추석인 오늘 밤 만날 보름달에 다시 소망을 걸어봐야죠. 만약 구름이 변덕을 부린다면 우리 각자 고유한 보름달을 만들어 보시게요, 윤동주 시인도 <달을 쏘다>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했더군요.


- 쏘아라. 저 달을 향하여 쏘아라 / 아득히 먼 푸른 밤하늘에 /

내 마음의 화살을 쏘아라 / 어둠을 뚫고 나아가는 작은 빛이 되리라 -


더불어, 아무리 먹을 것이 많아도 송편 한 점(개인적 취향은, 깨소금이 들어간 송편을 더 선호) 꼭 깨물어 먹어야지...다짐하면서 최병엽 시인의 <송편>도 읽어보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송편 – 최병엽


보송보송한 쌀가루에

하얀 달을 빚는다

한가위 보름달을 빚는다

풍년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하늘신께 땅신께

고수레 고수레 하고

햇솔잎에 자르르 쪄낸

달을 먹는다

쫄깃쫄깃한 하얀

보름달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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