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8 김사인 <늦가을>
신호등에서 차창밖을 내다보는데, 제 희미한 시야 속에 아주 작은 움직임이 포착, 곤충이 땅을 기어 다닐 일은 없어서 아이들에게 물었죠. “가로등 받침대 위에 뭐가 움직여. 뭐야? 설마 꽃게?” “헉 맞아. 엄마.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눈앞에 금강 하구변이 보이고, 4차선 대로에 차들이 쏜살같이 지나다니고, 갓 태어난 어린아이 손바닥도 못 채울 그 작은 몸으로 어떻게 여기에 있지?? 아들, 딸, 그리고 저의 대화 속에 들어와 우리의 갈길을 막아버렸죠.
결국 차를 한쪽으로 대고, 주워서 바닷가에 놓고 가자고 합의, 차를 움직이고, 꽃게를 집어 본 적이 없다는 아들은 천 장갑을 끼고, 저는 후다닥 달려 나가고...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 30초도 안 된 사이에 사라진 꽃게. 다른 이가 보면 무슨 중요한 것을 찾고 다니는 듯한 모습으로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지요. 그 짧은 순간 혹시 다른 차에 치이지는 않았는지... 대로변도 보고, 빗길 따라 풀 속으로 들어갔나 풀을 헤쳐도 보고요.
차로 돌아와서 뒷자리에 앉은 저는 갑자기 밀물처럼 들어오는 뜨거운 감정 하나가 느껴졌지요.
’ 그렇지 한 가족이 된다는 것은 이런 거구나. 할아버지 이장한 곳에 가고 싶다고 말한 아들은 내면에, 추석전날 나를 대신해 하루 종일 할머니가 차리는 추석음식 준비를 도와준 딸의 마음에,,, 그 작고 작은 게 한 마리가 바다뻘에서부터 시멘트도로까지 오는 과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 수난과 고통을 동정하는 측은지심이 있구나 ‘ 하는 감정말이죠.
하여튼 꽃게를 바라본 저의 마음을 무시하지 않고 함께 움직여준 아들 딸이 고마워서, 제 맘을 전했더니, 서로 크게 웃는 시간이 있었답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생전 처음 가보는 공동묘원. 아무리 좋은 방향에 계신 할아버지의 집이라 해도, 죽은 자들의 집만 모여 있는 이렇게 많은 곳은 처음 보았다는 아이들. 무슨 생각에 잠겼을까요. 삶만큼이나 죽음도 흔한 세상인지라, 알 수 없는 미래에 정작 본인들이 부모를 위해 무언가를 준비하는 모습이 보인 시간이었다면 고마울밖에요. 죽음이 결코 삶과 멀리 있지 않음을 지나가는 바람자락에 한 점이라도 실려 보냈다면, 더더욱 감사한 일이고요.
어제도 저는 글쓰기를 멈추고 월명호수 한 바퀴 돌고, 저녁 내내 읽기만 했답니다. 잡탕밥 먹듯, 이런저런 소재를 읽기만 했더니, 속이 불편해지는 듯.^^ 역시, 독서에도 소화제가 필요하네요. 가장 빨리 소화를 돕고, 보양까지 되는 독서는 역시나 ’ 시 읽기‘인 듯해요. 글도 짧으니까요~~ 오늘은 책방 문도 열어서 환기도 시키고, 혹시나 올라올 사람들이 있을까 기다려도 보고요, 마을 어머니 인터뷰도 한 분 하고요. 김사인시인의 <늦가을>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늦가을 - 김사인
그 여자 고달픈 사랑이 아파 나는 우네
불혹을 넘어
손마디는 굵어지고
근심에 지쳐 얼굴도 무너졌네
사랑은 늦가을 어스름으로
밤나무 밑에 숨어 기다리는 것
술 취한 무리에 섞여 언제나
사내는 비틀비틀 지나가는 것
젖어드는 오한 다잡아 안고
그 걸음 저만치 좇아 주춤주춤
흰 고무신 옮겨보는 것
적막천지
한밤중에 깨어 앉아
그 여자 머리를 감네
올 사람도 갈 사람도 없는 흐린 불 아래
제 손만 가만가만 만져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