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1 정일근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갈수록 새벽은 쉬이 오지 않고 어둠의 길이는 길어지니, 어서 빨리 몸도 적응해야 한건만,,, 어제처럼 특별한 일에 몸이 지쳐버리는 더욱더 기상이 힘든 새벽입니다. 오늘 아침은 온택트로 시인들과 문우들을 만나는 날이라 퍼져있는 제 몸과 마음을 느리게 느리게 접어 일으키는데, 다소의 수고가 들어가는군요.^^
한 여름 같은 더위를 뿌리는 햇살아래서 흘리는 땀을 닦아가며, 시낭송가들의 낭송을 진행하는 일을 잠시 했었답니다. 힘은 들었지만, 지나고 보면 그런 시간도 얼마나 많이 있을까 생각하면, 모두가 귀한 모습들입니다, 행사 후 말랭이 마을에서 한잔씩 마신 단호박 식혜와, 회원들께서 서로 홍어회무침, 파전을 주문하시고, 말랭이 어머님이 주신 막걸리 서비스... 폭풍 같은 수다들까지 즐거운 불금, 군산시간여행의 한 조각으로 새겨졌네요.
오늘은 또 이런 행사가 있군요. 군산의 여류문학회 ‘나루’에서 준비한 문학인 특강, 김형수시인의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입니다. 김 시인은 현재 부여의 ‘신동엽 문학관 관장’으로 시인, 소설가, 평론가의 이름을 가지고 있군요. 저서로 <이발소에 두고 온 시> <김남주 평전> 등 다수의 작품이 있어요. 오전 10-12시, 채만식 문학관에서 시인과의 만남, 함께 들어보시게요.
어제 낭송무대에서 울려 퍼진 시 중에서, 정일근 시인의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이 생각납니다. 생각해 보면 네모난 밥상에 앉을 때마다 모서리에 앉는 것을 경계했지요. 둥글게 둥글게 사는 세상이 좋지요, 추석 보름달처럼 둥근 밥상에서 둥근 웃음 지으며 챙겨주신 어머니의 밥을 먹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고요. 마음 같으면 세상의 모든 모난 밥상을 나무망치로 살살 펼쳐서 둥근 두레밥상으로 만들어볼까...라고 생각에까지 이르네요. 시 한번 같이 읽어보시게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 정일근
모난 밥상을 볼 때마다 어머니의 두레밥상이 그립다.
고향 하늘에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처럼
달이 뜨면 피어나는 달맞이꽃처럼
어머니의 두레판은 어머니가 피우시는 사랑의 꽃밭.
내 꽃밭에 앉는 사람 누군들 귀하지 않겠느냐.
식구들 모이는 날이면 어머니가 펼치시던 두레밥상.
둥글게 둥글게 제비새끼처럼 앉아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밥숟가락 높이 들고
골고루 나눠주시는 고기반찬 착하게 받아먹고 싶다.
세상의 밥상은 이전투구의 아수라장
한 끼 밥을 차지하기 위해
혹은 그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이미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짐승으로 변해 버렸다.
밥상에서 밀리면 벼랑으로 밀리는 정글의 법칙 속에서
나는 오랫동안 하이에나처럼 떠돌았다.
짐승처럼 썩은 고기를 먹기도 하고, 내가 살기 위해
남의 밥상을 엎어버렸을 때도 있었다.
이제는 돌아가 어머니의 둥근 두레밥상에 앉고 싶다.
어머니에게 두레는 모두를 귀히 여기는 사랑
귀히 여기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라 가르치는
어머니의 두레밥상에 지지배배 즐거운 제비새끼로 앉아
어머니의 사랑 두레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