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8 박목월 <시월상순>
밤새 비가 옵니다. 개었을까 하고 바라보면 여전히 비는 내리고요. 어제 본 뉴스기사도 떠오르네요. 귀촌농부 20년 만에 이런 가을비는 처음이라고 하는 50대 중년의 걱정. 일 년 중 농부들의 잔치가 되어야 할 시기인데, 이렇게 비가 지속되는 걱정에 시름에 잠 못 이룰 많은 농부님들. 이런 오지랖은 있어도 괜찮을 테지만, 어쨌든 함께 걱정하게 하는 새벽입니다.
어제는 글 꽤나 읽고 글 꽤나 쓴 시간들이었습니다. 올해 에세이 마무리를 앞두고, 마을 어머님들 프로필 사진을 찍느라, 하루 반나절을 말랭이에서 보내고요. 고마운 일은 동네글방수업에 참여했던 10명의 어머니들께서, 저의 요청에 1초도 멈칫하지 않고 응대해 주시는 일이랍니다. 시간이 금보다 아끼려는 저의 지론을 잘 알고 계셔서, 마치 군대에서 상사 명령에 따라주듯, 후다닥 일렬 정대하여 잘도 움직여주시고, 덕분에 사진촬영, 마지막 소감 및 자신의 필체작성 들이 끝났습니다.
어머니들의 이야기가 쓰여 있는 각 꼭지 앞장에 사진이랑 글씨체를 넣으려고 하거든요. 이번책의 저자는 어머니들의 이름을 직접 올리는 책인데요, 그래서인지, 중간에 어찌나 글을 써 오시는지,,, 이제는 별의별 소재에도 글이 떠오른다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아니었답니다. 글 교육의 힘이 이런 건가 봐요. 앞으로는 시인님이라 불러야 한다고, 시인이 살고 있는 마을이라 부르려면은 항상 그런 마음으로 건강하게 사셔야 한다고 덧붙였답니다. 아마 다음 달에는 말랭이 마을 어머님들이 쓰신 시가 들어있는 책 한 권이 나오겠지요.^^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일까 ‘를 생각할 때, 그중 하나가 ’ 제목 달기‘가 아닌가 합니다. 제 책뿐만이 아니라, 기존 작가들의 책을 볼 때도 ’ 제목‘이 눈에 먼저 보여야 글을 읽게 되는 편이니까요. 특히 저는 ’ 생동감 있는 동사형 제목, 글의 내용을 예측가능성이 낮은 제목‘ 등을 선호하는 편이라, 밋밋하고 정형화된 제목은 저절로 고치고 싶은 욕구가 일 정도지요. 그래서 타인의 글을 읽을 때, 여러 번 읽어보고 숨어있는 문단 속의 단어를 찾기도 합니다. 전체의 흐름과 연결되는 단어가 제목으로 뽑히면 왠지 방점을 찍는 듯한 힘이 생기지요. 글이라는 게, 탈고를 했다 해도, 끊임없이 고칠 일이 생기는 법이라, 완전한 제목은 없겠지만, 그래도 그중 가장 맛 좋은 단어들이 제목으로 뽑히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오늘은 밋밋한 일정 속에 맛깔난 제목을 뽑는 듯한 일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네요... 아! 이런 행사가 있습니다. <차문화마당>이라는 행사예요. 가을비에 낙엽들 축축한데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면 혹시나 훨훨 가벼이 날아갈까 싶은 맘으로 행사장에도 가보고 싶군요... 아!! 봄날의 산책 디카시 공모전 마감 하루 전!!!
오늘은 박목월 시인의 <시월 十月 상순 上旬>이란 시를 들려드립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시월 十月 상순 上旬 - 박목월
이발(理髮)을 했다.
가위도 가을을 말한다.
귓가로 둘러 가며
차가운 금속성(金屬性)
여름의 가지를 정리한다.
지난 여름은
위대하였읍니다.
이것은 위대한 시인(詩人)의 시구(詩句)
사람마다 여름이
풍성할 수 없다.
결실이 가난한 과수(果樹)일수록
일찍 정리한다.
과수원(果樹園)에는
사닥다리를 타고
쓸모없는 가지를 전지(剪枝)하는
가위도 가을을 말한다.
귓가로 둘러 가며
차가운 금속성(金屬性)
거울에도 가을이 우울하다.
과수(果樹) 가지 사이로
걸레조각 같은 하늘,
나는 목덜미가 서늘했다.
새만금의 가을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