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259

2026.1.2 김일영 <뽀드득>

by 박모니카

글 쓰는 유명작가들이 받는 질문 중 하나...’혹시 글을 쓸 때 어떤 루틴이 있을까요?‘ 며칠 전 유시민 작가, 강원국작가 등도 같은 질문을 받는 것을 보면서 저도 혼자 생각해 보았죠. 책방을 꾸밀 때, 가장 돈을 덜 들이면서 풍경을 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를 고민했는데요. 기존의 유리창 코팅필름지 하나만 떼어도, 그리고 그 앞에 긴 탁자하나만 놓아도 나름 글 쓰고 책 읽기 좋은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 요청했었죠.


새 책방에서 완전거주형태로 바뀐 지 이제 나흘인데, 적응력 빠른 저는 벌써 제 자리에 심지하나를 심어 놓았습니다. 어젯밤에도 따뜻한 책방 안에서 창 너머 눈 내리는 풍경을 보며 차 한잔 하는 제 모습에 얼마나 흡족해지던지... 영상하나 찍어서 벗에게 자랑했네요. 책방에서 날 밤 보내면서 재밌는 인문학놀이(너무 거창한 표현이지만요^^) 할 수 있겠다 싶군요.


군산에서 유명한 중국음식점 대표 중의 한 분이 오랜 지인인데요. 같은 주민이 되었다고 신고도 할 겸 저녁수다를 떨었어요. 그분도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 1번이라 할 만큼 자기 인생에 책임 있는 삶을 사는 분이에요. 나이는 후배라도 언제나 언니 같은 조언들이 많아서 어제도 열심히 들었답니다. 제 아이들 어렸을 때, 함께 대만여행을 했었는데, 본향이 대만분이어서, 언어, 음식, 숙박까지 포함한 여행가이드를 해주셨죠. 그때의 여행이야기를 펼치면 늘 행복한 마음자리가 저절로 펼쳐지고요 언제 또 그런 날이 오려나 하면서 옛날을 그리워했네요.


이제 이 동네에서 인생의 마지막 그림을 그려볼까 하는 맘으로 바라보니, 매일이 새롭고 이웃사람들이 궁금해지고 그러네요. 그분들에게도 책방주인이 그런 사람으로 보일까요... 비록 누군가가 ’ 글을 쓰는데 어떤 루틴이 있을까요?‘라고 묻지 않아도 새해에는 일정한 시간이라는 수식어구를 잘 활용해야겠어요. 일정한 시간에 글도 쓰고, 마당도 쓸고, 산책도 하고... 그래서 올해 저의 도전 중 하나는 ’ 좋은 생각과 좋은 습관‘형성을 위해 매일 노력하기를 넣었답니다.


벌써부터 저의 마음을 대신하여 좋은 습관을 선보이는 군산인문학당의 시필사 동아리방 회원들. 어제 1.1일부터 올라오는 ’ 매일 시 필사‘라는 좋은 습관을 실천하는 학인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10명의 학인들이 매일 10편을 올려주실 것이니, 앉아서 최소 10편의 시는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니,,, 이보다 더 아름다운 동아리는 없다고 말했답니다. 오늘도 제가 보내드리는 김일영시인의 <뽀드득>이라는 시를 읽어보시게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뽀드득 -김일영


지난날들을 모두 지우고

그 백지 위에 써보고 싶다

내일 걸어가야 할 눈 위의 발자국에 대해

방바닥에 차오르고 있는 온기에 대해

아궁이에서 잠든 고양이와

고양이가 다시는 입맛에 대해

밤이 깊도록 오고 있는 엄마에 대해

어제 태어난 강아지 털의 감촉에 대해

방금 깎은 몽당연필 심에 침을 발라

새기듯 써보고 싶다

허공을 걸어두고 겨울을 향해 걸어가는

나무들의 맨발에 대해

처음 편지를 쓰던 그 밤을 찍어 바르고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훔쳐보며 두근거리던

그 심장 소리를 따라가 보고 싶다

가다 보면 눈물 자국이 볼을 빨갛게 얼려도 좋아

백지는 어차피 눈이 쌓인 들판

내가 지나온 발자국마다 다시

아침처럼 차오르는 새하얀 침묵

아무도 없는 그 백지 위를

뽀드득 세 글자로만 걸어가고 싶다

1.2 새해표정1.jpg

사진, 김소영작가 <청암산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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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인 <선양동일출>

1.2새해표정2.jpg

무녀도 쥐똥섬에서 살짝 놀다옴... 조가비 몇개 주워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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