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8 천상병 <다음>
24시간을 쪼개고 쪼개는 것보다,,, 24시간을 늘리고 늘리는 것이 훨씬 더 쉬울지도 몰라... 하면서 저는 고무줄 늘이듯 하루의 시간을 잡아당깁니다. 그만큼 제 머릿속에 입력되는 할 일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아직까지는 잘 버티고 있는데, 언제 고무줄이 끊어질까, 그 점도 걱정되긴 하지요. 한 순간에 저의 기억창고가 텅 비어버리면 어떡하지?? 하면서요.^^
오늘 아침 이런 걱정이 먼저 앞서는 것은 아마도 1월의 달력에 채워지고 있는 일정들을 보기 때문인가 봅니다. 성격상, 일을 할 때도 나름 칸막이 설정을 잘하는 편인데도 요즘은 약간 칸막이가 흔들리는 것을 보니, 분명 일이 많은가 봐요. 하지만 이럴 때 ‘길게 호흡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려고 노력하지요...
어제는 김사인시인과 통화할 일이 있었는데요. 바로 ’ 길게 호흡하며 생각하고 말하는 방법‘을 이분께 배워볼까 하는 느낌이 있었답니다. 제 말이 워낙 빠르니, 저와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동시에 호흡이 가파지고 소통에 장애가 있을 수 있음을 반성하기도 했네요. 하여튼 김 시인께서는 청자로 하여금, 말의 공간을 넓고도 깊게 만들어주시는 위력을 가진 분이십니다.
2025년 제가 한 일 중의 하나가 ’ 군산시 평생학습관 온택트 수업-근대시인들의 시 강독과 글쓰기‘였는데요. 총 3학기로 나누어 30주 차 동안 많은 시인들의 시 작품을 만나고 공부했습니다. 더불어서 함께 수강한 회원들은 시인들의 시를 토대로 모방도 해보고, 창작도 해보는 경험을 가졌지요. 그런 학습의 결과물이 책으로 나왔네요. 제 나름, 일 년 간 열심히 따라와 준 회원님들께 선물로 그리고 싶어서 만든 것입니다.
자고로 활동 후 결과물이 나오면 왠지 더 뿌듯한 것은 삶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성 때문이겠지요. 2026 올해에는 근대시인을 발판으로 한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의 현대시인들의 시를 만나볼 예정입니다. 워낙 유명한 시인들과 작품들이 많아서 선택하는 게 어려움이 많지만, 누구를 만나든지 재밌게 공부하게 될 것입니다. 천상병시인의 <다음>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다음 - 천상병
멀잖아 북악에서 바람이 불고
눈을 날리며, 겨울이 온다.
그날, 눈 오는 날에
하얗게 덮인 서울의 거리를
나는 봄이 그리워서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없어도
나에게는 언제나
이러한 '다음'이 있었다.
이 새벽, 이 '다음'.
이 절대한 불가항력을
나는 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윽고, 내일
나의 느린 걸음은
불보다도 더 뜨거운 것으로 변하여
나의 희망은
노도(努濤)보다도 바다의 전부보다도
더 무거운 무게를 이 세계에 줄 것이다.
그러므로, 이 '다음'은
눈 오는 날의 서울 거리는
나의 세계의 바다로 가는 길이다.
사진제공, 박세원 작가
근대시인과 시를 통하여 시 읽기와 시 쓰기의 즐거움을 희망하는 분 '30명'을 모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