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276

2026.1.19 천양희 <사람의 일>

by 박모니카

“소한(小寒) 때 추위가 없었는디 이번에는 대한(大寒)이 한몫을 할랑갑다. 내가 며칠 전에 택시를 타고 겨울 날씨가 너무 따뜻하다고 운전사가 말하길래, 대한 형님이 소한 아우 집에 가서 죽었다는 옛말을 들려줬더니, 처음 듣는 말인데 너무 재밌다고 하면서 택시비 3000원을 깎아주더라.“ 어제 제 친정엄마가 들려주신 말씀입니다.


엄마의 유쾌한 말솜씨까지 더해졌음이 분명하고요. 그 운전사의 사람 부리는 재주 또한 대단합니다. 사실 대한은 내일인데요, 창문 밖으로 흰 눈깨비가 날리는군요. 주말 동안 책방은 방문객들이 내어준 온기 덕분에 참 좋았습니다. 특히 어제는 50대 부부들이 오셨는데, 놓인 책들이 너무 익숙하고 친근한 작가들이라며 마치 당신들 안방 같다는 말을 자주 하더군요.


몇 살인지를 묻길래 저도 후다닥 그들의 나이 속으로 들어가 버렸답니다... 그랬더니, 한 말씀 더, ‘어휴 우리보다 어려 보이는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하셨는지. 우리도 이제라도 이런 공간 하나 만들어서 살아야겠다’라고 말해서 제 속으로는 ‘무척 기특하군’... 하며 정말 멋진 발상이라고 용기를 주었습니다. 하여튼 인생 나이 지천명을 맞이하면 누구나 이런 생각 한 번쯤 하게 되는가 봅니다. 저도 오십이 넘어서야 글쓰기, 책방생각 등이 떠올랐거든요.^^


군산인문학당의 모태 격인 전주와 완주의 문화단체가 있는데요. 토요일인 완주인문네트워크 총회에 참석해서 2026년 예정된 행사이야기를 했습니다. 두 단체의 공통점은 가능한 자생적으로, 독립적으로 운영해 보자 이고요. 저도 이 점이 좋아서 군산의 이름을 달아 출발했지요. 이미 6년간의 단체 노하우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 제가 배우며 실천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입니다. 두 단체가 좋은 프로그램에 함께 하자고 굳은 결의(?)를 하고 돌아왔네요.


그중 아래 포스터의 행사에 참여하시면 문학인으로서 정말 도움이 되는 일이라 강추합니다. 12명의 시인들이 들려줄, 한 달에 한번 4시간(때론 시인과의 정담이 길어져서 5시간)만 시간을 내면 좋은, 그냥 귀동냥만으로도 행복한 완주인문네트워크에서 마련하는 <2026 줌 시강독>에 초대합니다. 저는 초대하고 싶은 시인들이 많지만 이런 시인들도 오프라인으로 모셔서 더 가깝게 이야기 듣는 시간을 천천히 마련하겠습니다...


금주에는 눈 소식이 제법 있군요... 이왕에 올 눈이면 시 한 편 글 한편 쏟아지도록 오라고 주문할 문인들도 많겠어요. 금주에 내릴 눈발로 저기 저 감나무에 수분이 가득 차 들어앉길, 그래서 새봄 움트는 소리로 책방이 하하 호호하길 기다립니다. 천양희시인의 <사람의 일>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사람의 일 - 천양희


고독 때문에 뼈아프게 살더라도

사랑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고통 때문에 속 아프게 살더라도

이별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사람의 일이 사람을 다칩니다

사람과 헤어지면 우린 늘 허기지고

사람과 만나면 우린 늘 허기집니다

언제까지 우린 사람의 일과

싸워야 하는 것일까요

사람 때문에 하루는 살 만하고

사람 때문에 하루는 막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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