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278

2026.1.21 신영복 <석과불식>

by 박모니카

올해도 문학가에서 유명인들의 추모제 및 관련 독서를 추천하고 있는데요. 그중 한 분이 쇠귀 신영복 선생 10주기 추모(1.15일)와 선생의 말씀 다시 듣고 읽기입니다. 제 나이쯤 되면 신영복 선생의 서화에세이 <처음처럼>이란 책을 읽었거나 4글자 ’ 처음처럼‘에 익숙하실 겁니다. 심지어 군산의 모 주류회사에서는 선생의 글자를 이용하여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으니까요.


잠시 시간이 나서 평산책방 영상을 보는데, 문 대통령께서 선생의 책 <처음처럼>을 소개하며 좋은 글귀를 들려주시더군요. 작년에 책방을 다녀온 후 더 친근감이 가서 관련 영상을 종종 보는 중이에요. 저도 후다닥 책꽂이를 둘러보니, 마침 코앞에 책이 있어서 함께 페이지를 넘겨 가며 읽었습니다. 첫 페이지에 실린 ’ 처음처럼‘부터 마지막에 실린 ’ 석과불식‘에 이르기까지, 노랑 형광펜으로 줄 그으며 읽었더군요. 물론 책을 안 보고서 한 구절이라도 머릿속에 담아두고 바로 나올 정도는 되어야 책을 읽었다고 말할 체면이 서는데 부끄럽기만 하네요.


하여튼 책을 잡은 김에 마음이 가는 제목 따라 몇 수를 읽었습니다. 좋은 책의 좋은 구절을 읽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피로가 풀린다면 책을 읽지 않을 사람은 없지요. 한 꼭지도 빼놓을 부분이 없지만 특히 다음 제목들의 글들은 꼭 읽어보시길 강 추천합니다.


-처음처럼 / 지남철 / 탁 과 족/ 옥창의 풀씨 한 알 / 안개꽃 / 또 하나의 손 / 기다림 / 빈손 / 삶 / 외에 수많은 글이 있지요.(참고로 1부에서만 추천했어요^^)-


책방에서 새로 받은 책은 13명의 저자가 주제별로 선생의 성찰, 사유를 조명한 <신영복 다시 읽기> 인데요. 생전에 선생께서 강조하신 독서법, 서삼독(書三讀)이란 말을 언급했어요. 책을 세 번 읽는다는 뜻으로 첫째, 텍스트를 읽고, 둘째 그 텍스트의 필자를 읽고, 셋째, 최종적으로 독자 자신을 읽는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책 소개에는 이렇게 쓰여 있네요.


-신영복 선생의 책을 읽는 것이 첫 번째 독서라면, 이 책은 그 텍스트의 필자인 신영복을 읽는 두 번째 독서인 셈이다. 이 책을 읽고 세 번째 독자 자신을 읽어 내는, 새로운 신영복 독자의 탄생을 기대한다-라고요.

저도 10주기 추모를 생각하며 책을 받기만 했지, 한 장도 펼쳐보질 못했답니다. 지금부터라도 <처음처럼>이란 책과 함께 찬찬히 읽어볼까 합니다. 선생의 ’ 서삼독’과는 다른 뜻이겠지만 최소 ‘세 번은 읽어야 참 독서’라고 말하고픈 마음만 가득하니, 이 게으름을 어찌할까요. 오늘은 신영복 선생의 글 <석과불식>을 한번 읽어보시게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석과불식 – 신영복

‘석과불식(碩果不食)’은 ‘씨 과실은 먹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씨 과실은 ‘먹히지 않는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희망의 언어’입니다.

무성한 잎사귀 죄다 떨구고 겨울의 입구에서

앙상한 나목으로 서 있는 감나무는 비극의 표상입니다.

그러나 그 가지 끝에서 빛나는 빨간 감 한 개는 ‘희망’입니다.

그 속의 씨가 이듬해 봄에 새싹이 되어 땅을 밟고 일어서기 때문입니다.

그 봄을 위하여 나무는 엽락분본(葉落糞本)

잎사귀를 떨구어 뿌리를 거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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