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281

2026.1.24 복효근 <당신>

by 박모니카

어디에서 살아도 난방비를 아낀다고 늘 시원하게 살아서 제 아이들이 더 건강한지도 모르겠다는 저의 독단적인 생각으로 겨울을 나지요. 여름에 에어컨 없이 살아보자 라는 특명을 내리는 것처럼요. 책방은 공유공간이라 제 맘을 좀 더 넓게 펼쳐서, 겨울이면 따뜻하게 여름이면 시원하게 해야겠지요. 그래서 제가 자는 공간 보일러는 쉬어있어라 하고, 책방공간에는 따뜻하게 작동시켜 놓으니, 새벽을 맞으러 계단을 내려오다 보면 벌써 그 따뜻한 기온이 확 느껴집니다. 마치 밑불로 아랫목을 데워주었던 외할머니의 부지깽이가 작동했던 그 옛날처럼요.


어젯밤에는 복효근 시인의 산문집 <밑불이라는 말이 있다-범실잡록>의 첫 페이지를 열었는데, 어느새 책의 끝에 가 있을 정도로 가볍게, 정겹게, 따뜻하게 읽었습니다. 복시인은 말하길 ’ 어떤 시인은 팔 할이 바람이라고 했는데 나는 팔 할이 실수였다. 여기 실린 글들은 수많은 실수의 기록. 서툰 기록이다 ‘라고 했지만, 저는 서툰 삶의 기록이라고 하는 글 속에서 달기도 하고 씁쓰름하기도 한 열매들이 내는 소리를 들으면서 읽어 나갔습니다.


특히 2장의 < 닳아서 빛나는 어떤 생> 의 소재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인지, 주간단위로 목욕동행하는 제 친정엄마의 모습도 중간중간 엿보여서 감정이 팥죽 새알처럼 붉게 뭉쳐지기도 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 이다음에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오랜 육탈 후에 나는 어머니의 손가락뼈 하나를 가지고 싶었다. 관절염으로 손가락 마디마디가 어긋나 굳어버린 어머니의 손가락. 어릴 적 등이 가렵다고 하면 어머니는 내 등에 손을 넣어 쓰다듬어주었다. 긁지 않고 쓰다듬어주었다. 손바닥은 짚으로 짠 가마니처럼 꺼끌꺼끌했다. ...(중략) 내가 나비가 되어 날아갈 때까지 나는 관절염으로 뒤틀어진 어머니의 손을 가장 아름다운 손으로 기억할 것이다. 아직도 나에게는 먼 길이 남아있다. 당신이 내 곁에 없을 먼 훗날 나의 길이 힘들 때, 죄짓고 싶을 때 나는 이 손을 볼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을. -


이 글은 시인의 어머니께서 살아계실 적, 어머니의 손을 석회로 본을 떠놓은 이야기입니다. 8남매를 낳은 시골 중 시골, 지리산 밑에서 당신 삶을 살아오신 시인 어머니의 그 노동의 손이 얼마나 애달팠을까요. 그래서 학교 선생님이었던 시인이 학생들 숙제라고 둘러대고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도 목욕동행 때마다, 엄마 행동의 느린 속도를 체감하면서 무엇을 내 옆에 남겨둘까 고심하지요. 왜 노화 속도는 그토록 빠른지 야속해하면서요.


책방에서 책을 사가신 분들은 쌓아두지 마시고 주말 동안 꼭 읽어보세요. 호흡 한번 길게 하면 단박에 읽을 만큼, 시인 말대로 미사여구 없이 써서 재밌고 때론 슬프고, 또 때론 유익한 좋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어젯밤 시인과의 대화에서 ’ 시골아재의 그런저런 이야기이고 문학성이 부족한 산문집이라 누구에게 홍보하기도 부끄럽다 ‘라고 겸손해하셨지만, 원래 시골 얘기는 말 그대로 시골 향기가 가득하니 참 좋습니다. 복효근시인의 <당신>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당신 – 복효근


가시기 며칠 전

풀어 헤쳐진 환자복 사이로 어머니 빈 젖 보았습니다


그 빈 젖 가만히 만져보았습니다

지그시 내려다보시던 그 눈빛

당신을 보았습니다


그처럼 처연하고

그처럼 아름다웁게

고개 숙인 꽃봉오리를 본 적이 없습니다


야훼와

부처가 그 안에 있었으니


이생에서도

다음 생에도 내가 다시 매달려 젖 물고 싶은 당신


내게 신은

당신 하나로 넘쳐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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