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282

2026.1.25 배한봉 <과수원 시집>

by 박모니카

당신에게 혹시 1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것도 저 같은 나이에 청춘의 시간을 되돌려준다면요.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요. 혹시 ’ 여행‘이라고 답한다면 저도 역시 그렇습니다. 그런데 ’ 무전여행‘은 자신이 없어서 ’ 동행여행‘이라고 에둘러 말할 듯싶어요. 어제는 특별한 강연을 들었는데요. 어느 청년의 자전거 여행이야기를 들었지요.


그런데 왜 특별하냐고요? 그 작가의 이야기는 자전거를 타고 1년 반동안 유라시아 무전여행을 하며,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한 이야기예요. 작가 신혜정 님은 책도 나왔었는데 이제 알았네요. <이토록 우아한 제로 웨이스트 여행, 2023>입니다. 어느 날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에 들어온 평범한 청년으로 알고 인사 정도만 나누었는데, 이토록 놀라운 여행이야기를 들려줄 작가이자, 생태운동 실천가인 줄 몰랐답니다.


전주의 책마루 도서관에서 수라갯벌의 생명체 사진전을 하고 있어서 겨울바람도 맞을까 하고 갔었죠. 그런데 자연과 환경운동에 관련된 강연 하나가 있었는데, 바로 신 작가의 이야기였어요. 강연 제목은 ’ 연결되어 비로소 살 수 있는 ‘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여행이라는 도구를 통해 세상과 사람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들었습니다. 또 그 근본에는 자연과 환경이 마치 거미줄이 되고 사람은 그 위에서 초롱초롱 빛나는 이슬방울이 되어 서로 연결되고 상생하는 우주의 시스템을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한국부터 중국, 베트남, 태국, 미얀마를 거쳐 인도, 파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이란, 튀르기예의 이스탄불에 이르기까지. 신 작가의 여정은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짧은 강연시간에 그녀의 이야기를 다 듣기는 어불성설이었겠죠. 그래서 제가 우리 군산인문학당에 와 주십사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오시겠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제 마음만 받고서요.


김훈 작가는 <자전거 여행>의 첫머리에, ’ 세상의 길들이 몸속으로 흘러들어온다 ‘ 고 했으니, 우리도 신 작가의 열정과 젊음 그리고 자연을 사랑하는 맘이 담긴 자전거 여행으로부터 우리 몸속에 특별한 길 하나 만들어 보시게요. 여러분도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아마도 엄청난 매력을 느끼고 새로운 꿈이 꿈틀거릴 거라 확신합니다. 새봄에 멋진 강연시간 마련 할게요.


오늘은 1월의 마지막 일요일. 오전에는 평화로운 시간 만나고 점심부터는 책방지기 합니다. 쓸 것도 많고, 읽을 것도 많고요. 생각하고 숙고할 것도 많고 몰래몰래 다가오는 봄바람도 잡아보고 잠 깨고 싶은 꽃봉오리도 찾아보고요. 갑자기 할 일이 많아지네요. 하지만 책방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니, 책을 통해서 이 모든 일을 해보려 합니다. 혹시 ’ 모니카는 또 바쁠 텐데 ‘ 하고 피하지 마시고, 따뜻한 구들방을 찾아 차 한잔하고 싶으시면 꼭 놀러 오세요. 배한봉시인의 <과수원 시집>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과수원 시집 - 배한봉


봄 과수원에

파릇파릇 돋는 저것은 풀이 아니다

노랗게 발갛게 피는 저것은 꽃이 아니다

바람에게 물어봐라

햇빛에게 물어봐라

대지를 물들이는 저 쑥과 냉이, 씀바귀에 대해

과수원 언저리를 온통 노랑물살 지게 하는 저 유채꽃에 대해

산비둘기가 나뭇가지에 두고 간 울음

그 여운 끝자락을 붙잡고 화들짝 꽃봉오리 여는 홍매에 대해

지난겨울의 눈바람을 먹고

열병처럼 퍼지는 가뭄을 먹으며

온몸으로 대지가 쓰는 시, 나무가 쓰는 시

뻐꾹새에게 물어봐라

벌, 나비에게 물어봐라


저 시 없다면 누가 봄이라 하겠나


저 시집 한 권 읽지 않고 어떻게 봄을 말할 수 있겠나

별과 달이 밤새도록 읽다 펼쳐둔

과수원 시집

나는 거름 져다 나르며 읽고

앞산 뻐꾹새는 진달래 먹은 듯 붉게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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