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27 윤동주 <봄> <편지> <새로운 길>
시인 윤동주는 정지용 시인을 많이 좋아했다고 해요, <정지용시집, 1935>을 구입해서 곳곳에 줄을 그으며 읽었는데요, 그 시집에 동시와 민요시가 실려있어서 이를 계기로 윤동주가 동시를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윤동주의 동시 <편지>라는 시입니다.
편지 – 윤동주
누나!/이 겨울에도/눈이 가득히 왔습니다.//흰 봉투에/눈을 한 줌 넣고/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말쑥하게 그대로/편지를 부칠까요?//누나 가신 나라에/눈이 아니 온다기에.
아침마다 다락방에서 내려오면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곳이 당연히 책방공간이겠지요. 창문 밖으로 보니 서리 같은 눈이 살포시 덮여있길래 잠시 문을 열어두니 냉기가 흘러들어오고 동시에 이 차가움을 덮을 윤동주 시인의 동시가 생각나서 올려드렸습니다.
시인의 어린 시절을 보냈던 북간도의 추위는 지금의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이 추웠다고 해요. 지독한 추위는 절대고독에 이르게 하고 고독은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게 한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는데요. 매일 아침 땅을 밟으며 느끼는 추위와 고독이 내 안의 진실된 나를 찾아주는 열쇠라면 얼마든지 즐겁게 환영할 수 있겠다 싶네요.
요즘 제가 좀 게을러져서 새벽에 일어나지 못하고 아침 8시가 넘어서야 움직이고 있군요. 이 또한 나이 탓인가 하며 핑계를 찾고, 전날 무엇을 했는지 계속 깜박거리기만 해서 큰 일이네 라며 혼자 중얼거리기도 하지요. ’ 글 쓰는 일을 하면 치매 걸릴 일은 없다.‘라고 했건만 그것도 아닌가벼... 라고 또 중얼거리고요. ^^
그래도 어젯밤 읽은 책 보다 아침에 읽은 윤동주의 동시 몇 편으로 머리가 맑아지고 손가락도 젊어졌으니 손해 본 장사는 아니지요. 말 나온 김에 오늘은 동시로 아침을 열어볼까 합니다. 시인은 <쉽게 씌어진 시>라는 시에서 ’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부끄러운 일이다. (...)//라고 했지만 그의 동시는 결코 부끄러움을 느낄 일이 없이 맑고 순수하여 계속 먼지로 덮이기만 하는 우리들의 일상에 한 줄기 따뜻한 빛이 됩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봄 – 윤동주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차가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레, 노오란 배추꽃,
삼동(三冬)을 참아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새로운 길(1938) –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문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사진의 윗쪽 검은 줄이 가창오리 입니다^^
그 옆에서 날아가는 쇠기러기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