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28 이순화 <사랑이었다>
2022년 말랭이 입주 첫해 7월, 어느 멋진 여름 손님께서 오셔서 말했지요. 출판사를 등록해 보라고요. ‘아니, 책방이름 내 건지 이제 4개월인데, 출판사를 내라고요. 전 출판이 뭔지도 모르는데요.‘라고 말하면서도 주저 없이 출판사 등록을 했지요. 아무것도 모르니 무서움도 없이, 남의 글 집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책임져야 하는 일인지도 모르고 시작했어요. 오로지 ’ 봄날의 산책‘이라는 다섯 글자가 새겨진 책을 만든다는 것이 좋아서요.
출판사 등록 후 시집만 다섯 권을 출판했네요. 엄청 미비하지요. 하지만 전 참 좋아요. 그중 막내둥이가 바로 이순화 시인의 <사랑이었다>입니다. 2024년 11월 출판 당시 시인의 칠순 잔치에 가장 멋진 일이 될 거라는 믿음으로 시인이 주신 원고를 정리하고 <봄날산책 시선 03> 번을 달고 시집으로까지 만들어내는 제가 기특하기도 했어요.
그때 원고를 몰아서 읽어보고 아주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네요. 제목인 <사랑이었다>를 포함하여 71편의 시가 수록되었고요. 노용무 문학평론가의 시 평론과 전재복 시인의 추천사가 들어있지요. 시를 읽기 전에 평론을 먼저 읽을 때도 있고, 아니면 시를 다 읽고 난 후 평론을 읽으며 제 생각과 비교할 때도 있는데요. 어제는 평론가의 글을 먼저 읽으면서 ’아, 이런 깊은 뜻이!!‘라며 다시 한번 시인의 시를 음미하게 되었답니다.
잠깐 평론가의 글을 옮겨 봅니다.(시집 133쪽-134쪽)
- 이 시집을 한 편의 작품으로 간주할 때 전편을 관통하는 핵심이나 주제를 포괄하는 하나의 작품을 꼽을 수 있다면 <사랑이었다>를 선정할 수 있다. 인용 시는 '목련' 나무를 객관적 상관화하여 시인의 삶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목련 나무를 심으며 누군가를 만나 평생의 동반자로 삼았다. 부부의 연을 맺으며 "고귀한 삶을 살자고" 서로가 서로에게 언약했을 것이다. 목련 나무가 '해마다' 몇 개의 폭풍과 가뭄과 혹한을 견디며 "둥지를 키우며 / 꽃송이를 피워냈다." 목련 나무가 제 소임을 다하며 하늘을 향해 두 팔 벌려 나아가듯 시적 자아의 삶 또한 그러하다. -
이 부분을 시작으로 저도 평론을 끝까지 읽어보았네요. 뒤 안 샘가에서 꽃을 피워낸 후 가지마다 기쁨과 아픔의 목련봉오리가 고개 내밀 때마다 시인의 봄이 마냥 새봄이 아니었답니다. 그럼에도 하얀 목련꽃이 덮어준 온기는 꽃 진자리에 숨어있던 슬픈 밑동 위에 쌓이고, 그 밑동 아래 노란 민들레와 할미꽃까지 한자리에 모여든 풍경은 시인이 살아왔을 삶의 여로를 애잔하게 보여줍니다.
2026 군산인문학당 기획시리즈 <군산작가초대마당> (2026.1.29 목요일 오전 10시) 첫 번째 시인으로 모신 이순화시인의 작품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그리고 ’ 시간이 나시면? 이 아니라, 시간을 내어서!‘ 초대마당 북 토크에 오세요. 시인의 진솔한 얘기를 함께 들어보시고 지역 시인들이 펼치는 문학의 사유를 함께 공유하시게요. 참고로 작년에 문재인 대통령의 평산책방에 갔을 때 이순화 시인이 ’ 부끄럽지만 제 시집입니다.‘ 건네며 수줍어했던 시인의 모습과 ’아, 그러세요. 읽어보겠습니다.‘라고 답했던 문 대통령의 대화가 생생하네요. 시인에게도 큰 기쁨이었겠지만, 봄날의 산책이라는 이름이 전해져서 저 역시 참 기뻤습니다. 시인의 대표 시 <사랑이었다>를 읽어보세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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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인문네크워크에서 주관하는 2026 줌 완독회가 시작합니다. 1월부터 12월까지, 시집 한 권을 줌(zoom)으로 만나서 읽는 프로그램입니다. 각 시집의 시인들을 직접 줌으로 만나 독자들은 읽고 시인은 독자의 궁금증에 대답하는 정말 즐겁고 유익한 문학시간입니다. 많은 관심가지고 참여해주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첫 시간이 바로 오늘 1.28일 저녁 7시 입니다. 굼금하신점은 제게 말씀주세요.^^(아래포스터 참고)
사랑이었다 – 이순화
목련을 심으며
손깍지를 끼웠다
고귀한 삶을 살자고
해마다 뒤 안 샘가에
자리한 목련은
둥지를 키우며
꽃송이를 피워냈다
아이가 태어나 자라고
목련도 자랐다
아이는 목련을 꺾었다
삶도 아팠다
새봄 꺾인 자리에
새싹을 키워 내더니
아이의 키를 훌쩍 넘어섰다
목련은 오랜 시간 동안
움츠린 나를
흰 꽃잎으로 덮어주며 안았다
온 힘을 다해 피워낸
꽃 진자리에는 희미한 슬픈
노래만 토해내고
밑동만 남겨진 그 자리에
노란 민들레가 자리 잡았다
자꾸만 커지는 민들레 땅에
허리 굽은 할미꽃이 한자리했다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