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30 김용택 <아무튼, 아직 봄이 이르다>
소리를 듣는 것은 소리를 보는 것과 어떻게 다를까요. 저는 군산 작가들의 소리를 보고 싶었나 봐요. 귓바퀴에서 맴도는 소리가 아니라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 있는 누군가의 깊은 마음에서 올라오는 보이지 않는 소리를 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나 봐요. 군산인문학당 첫 번째 기획시리즈 ‘군산작가초대마당’에 모신 두 분의 작가님들은 저의 마음 소리를 잘 살펴보신 듯했어요.
글을 쓰는 문우들께서도 오셨지만 젊은 청년들이 오셔서 강연자리를 더욱 젊게 해 주셨네요. 군산의 학생들과 청년들이 활동하는 ‘청소년자치연구소‘라는 단체의 기자가 매우 열심히 듣고 취재했고요. 독립영화를 찍는다는 분과 작가와의 대화 역시 매우 흥미롭고 즐거웠습니다. 동시에 인문학당에 청년들의 발걸음을 유도할 아이디어가 쑥쑥 떠올랐지요. 유인해야겠어요!!
협소하지만 매우 포근하고 따뜻한 인문학당의 첫 번째 작가로 오신 이순화 시인, 편성희 수필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작가님들 덕분에 눈물 콕, 웃음 팍, 쏟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행사는 격월제를 생각하고 있어서 두 번째 모실 작가는 3월 어느 날이 되겠네요. 또 어느 작가께서 오실지 기다려집니다.
오늘은 종일 책방지기를 하면서 새롭게 DP 하면서 책소개를 위한 독서와 메모를 하려 합니다. 독서편식이 다소 있는 편이라, 특히 젊은 방문객들을 위해서라도 제 취향이 아닌 책의 내용을 알아두어야겠죠. 책방지기는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닌 것을 계속 배워갑니다.^^ 오늘 아침 생각의 키워드 중 하나가 <인문학은 밥이다>라는 책을 쓴 인문학자 김경집 말입니다.
-인문학은 지하수와 같다. 지하수는 지표에서 보이지 않지만 지하수가 없으면 수많은 생물의 생존이 위협받는다. 인문학에 대한 투자도 지하수의 수맥을 관리하듯 해야 한다. -
저는 비록 한 개인에 불과하지만, 언제나 마음은 개인이라는 편협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합니다. 한 사람만 더 있어도 하루의 일상, 일 년의 삶이 얼마나 아름답게 변하는지를 참 많이 배우고 체감하고 있습니다. 책방은 그런 삶을 꿈꾸는 사람들의 보금자리입니다. 더불어 군산인문학당에도 관심을 두시면 매 순간을 긍정적으로 재밌게 살아가는 방법을 나눌 수 있지요. 김용택시인의 <아무튼, 아직 봄이 이르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아무튼, 아직 봄이 이르다 - 김용택
방을 바꿨다
한 개의 산봉우리는 내 눈에 차고
그 산봉우리와 이어진 산은 어깨만 보인다.
강과 강 건너 마을이 사라진 대신
사람이 살지 않은 낡은 농가가 코앞에 엎드려 있다.
텅 빈 헛간과 외양간, 분명하게 금이 간 슬레이트 지붕,
봄이 오지 않은 시멘트 마당에
탱자나무 감나무 밤나무 가지들이 바람에 뒤엉킨다.
봄이 아직 멀었다.
노란 잔디 위에서 떠드는 아이들 소리가 등뒤에서 들린다.
계절과 상관없이 아이들은 늘 햇살을 한짐씩 짊어지고 뛰어다닌다.
방을 바꿨다.
방을 바꾼다고 금세 삶이 바뀌지 않듯
풍경이 바뀐다고 생각이 금방 달라지진 않는다.
눈에 익은 것들이 점점 제자리로 돌아가고
그것들이 어디서 본 듯 나를 새로 보리라.
날이 흐려진다.
비 아니면 눈이 오겠지만
아직은 비도 눈으로 바뀔 때,
나는 어제의 방과 이별을 하고
다른 방에 앉아
이것저것 다른 풍경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나도 이제 낡고 싶고 늙고 싶다.
어떤 이별도 이제 그다지 슬프지 않다.
덤덤하게, 그러나 지금 나는 조금은 애틋하게도, 쓸쓸하게
새 방에 앉아 있다.
산동백이 피는지 문득, 저쪽 산 한쪽이 환하다. 아무튼,
아직 봄이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