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2.17 김남주 <설날 아침에>
떡국 드시고 계시죠. 얼른 건너와서 떡국 먹으라는 친정엄마의 목소리에 잠이 깨어났어요. 진짜 한 살 더 먹어주는 떡국은 먹기 싫은가 봐요. 그래도 어제 엄마 집에서 할머니 얘기 잘 받아주는 제 딸이 한몫하며 설음식 장만했지요. 저도 오랜만에 동생들과 수다 떨며, 심지어, 나이 들어 눈이 자꾸 처지니, 제발 몸에다 투자 좀 하라며, ‘안검하수수술’ 얘기도 들었답니다.^^
설날이 설날 같으려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딸아이도 아마도 어린 시절 설날을 추억할까요. 요즘 아이들이야, 어른들께 세뱃돈 받는 것은 마땅한 일인 양, 세배도 없이 봉투 먼저 기다리지요. 하지만 저의 어린 시절, 제 세대 분들이 소환시키는 설날은 참 재미있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조상들께 새해 인사하느라, 상차림 하는 엄마 따라 여러 음식 만드는 일이 가장 좋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양의 음식 만들기에 두려움도 없고, 음식에 정성을 담아서 누군가와 나누는 일이 즐거운가 봅니다.
요즘엔 친정엄마도, 자꾸 엄마의 친정 생각이 많이 나신답니다. 저에게는 외할머니 가족이지요. 엄마를 제외하고 모두 타국에 계시니, 외로움은 엄마 몫이지만, 막상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기리는 조상 상차림을 엄마는 늘 준비하시지요. 어제는 제 아들보고 직접 술을 올리라 했더니, 나름 정성스럽게 하더군요. 저도 고향섬에서 외할머니 물동이 길에 종종거리며 따라다니던 옛 모습도 떠오르고, 기골장대했던(할아버지 180cm)의 호탕했던 웃음소리도 들리고요. 이런 명절이 없었더라면 어쩔 뻔했을까 하는 아찔함이 제게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오늘은 시부모, 시조 부모댁 성묘를 포함하여, 작년 연말 이별을 한 시동생 묘도 찾아보고요. 혹시나 전주 길에 볼거리 있으면 소풍 삼아 설 풍경 찾아볼까 생각합니다. 남쪽나라엔 매화꽃 피어난다고 소식들로 쑥떡쑥떡 거려서 매화꽃도 보고 싶은데, 거리가 멀긴 멀군요. 작년에 다녀왔던 통도사 자장매화꽃, 순천의 선암매화꽃도 꼼지락꼼지락 손가락 펴겠구나 싶어서 보고 싶네요. 가까이 계신 분들이 사진으로라도 보내주시면 감사 감사하지요!!
오늘은 설날, 봄날의 산책과 군산인문학당 응원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다시 한번 인사드립니다. 김남주 시인의 <설날 아침에>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설날 아침에 – 김남주
눈이 내린다 싸락눈
소록소록 밤새도록 내린다
뿌리뽑혀 이제는
바싹 마른 댓잎 위에도 내리고
허물어진 장독대
금이 가고 이빨 빠진 옹기그릇에도 내리고
소 잃고 주저앉은 외양간에도 내린다
더러는 마른자리 골라 눈은
떡가루처럼 하얗게 쌓이기도 하고
닭이 울고 날이 새고
설날 아침이다
새해 새아침 아침이라 그런지
까치도 한두 마리 잊지 않고 찾아와
대추나무 위에서 운다.
까치야 까치야 뭐하러 왔냐
때때옷도 없고 색동저고리도 없는 이 마을에
이제 우리 집에는 너를 반겨줄 고사리손도 없고
너를 맞아 재롱 피울 강아지도 없단다
좋은 소식 가지고 왔거들랑 까치야
돈이며 명예 같은 것은
그런 것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나 죄다 주고
나이 마흔에 시집올 처녀를 구하지 못하는
우리 아우 덕종이한테는
행여 주눅이 들지 않도록
사랑의 노래나 하나 남겨두고 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