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Oh My Life

7월의 첫 얼굴,꽈배기아저씨

2021.7.1 새 인연, 꽈배기 도너츠 부부

by 박모니카


오늘도 새벽기운 따라 남편의 목소리가 들린다.

“당신 텃밭 안갈랑가? 오이 꽤나 열렸을텐데. 당신이 따야 더 맛있어서 어제도 그냥 돌아왔네. 가지도 따고, 대파 실한 것만 골라서 막내한테 갔다주세. 그래야 주말 장사를 잘하지.”

남편말이 맞고 말고. 얼른 움직여서 아침을 벌어야지. 어디가서 돈을 버나. 시간이 돈이지.


여름날의 길고 긴 날을 만드는 태양 빛은 사람만 부지런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텃밭의 작물들마다 일 초가 멀다 하고 쑥쑥 크게 하는 마술을 부린다. 분명 어제 본 모습이 아니라고 당신만 기다렸는지 더 야물어졌다고 남편의 화답이 그럴싸하다.


지난 4월 오이모종 5개를 심었는데, 두달여 사이, 100여 개의 오이를 거둔다. 작년보다 더 우람하고, 쭉쭉 곧게 자란 오이는 아무래도 나 모르는 영양분을 먹었나 싶다. 혹시나 하고 남편에게 물었는데, 잔가지 잘 쳐주고, 오이줄기 잘 따라 올라가라고 줄 대준 것 밖에 없단다. 그런데, 오이밭 땅이 늘 촉촉한 걸보면 아무래도 이 속에 물관 하나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보라색 안토시아민이 눈에 좋다고 어젯밤 모 한의사의 가지 사랑 얘기를 들었다. 영어로 eggplant. 정말 계란의 불룩한 옆얼굴 닮은 가지들이 주렁거린다. 막내에게 줄 굵은 대파를 뽑는데, 덩달아서 새끼들이 딸려 나온다. 오이와 가지를 가져가는 지인들과 나눠야겠다.


늦장마가 얼마나 기세가 셀지는 모른다. 뙤약볕에 고추대, 고추대 마다 고추가 차고 넘치게 달렸다. 심을 때는 청양고추니, 오이고추니, 조선고추니 하며 종류를 헤아렸는데, 다 열리고 보니 모종의 종류를 구별할 수 없다. 그저, ‘이놈 실하게 생겼네, 아이고 이놈은 치였어’라고 평가만 한다. 그중 실하게 생긴 통통한 것들만 따서 사람들과 나눠야겠다.


옥수수의 수염만큼이나 열린다는 옥수수 알을 기대하며, 옥수수 대를 쓰윽 한번 씩 맛사지 해준다. 벌써 어느 것은 붉은색 수술로 치장하며, 한여름 무쇠솥에 채워질 구수한 옥수수 향기를 미리 선보인다. 지난주 첫 수확한 수미감자를 사 간 사람들의 음식 만찬이 줄을 이었다. 텃밭을 보면 부캐로 농부라는 호칭을 얻는 초보농꾼의 어깨가 으쓱해진다.


한아름 작물결실을 담은 내 차 투산의 발걸음도 가볍게 집에 도착해서 아침밥을 낼름 차려낸다. 호박전, 오이소박이, 돼지주물럭 그리고 보리비빔밥. 오늘을 어떤일이 있을까 하고 일정표를 보니, 달력에 보라색 표시하나.


7월 1일 학원생일 18살.


톡으로 선생님들에게 특별지시.

“오늘은 학원생 모두 학원생일 축하 카드 꾸미기, 영어로 쓰면 가점, 멋진 글귀 쓰면 또 가점. 간식으로 아이스크림과 도너츠, 꽈배기를 준비할께요.”


작은가게, 그것도 주인이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듯한 가게 안을 보면 저절로 발이 멈춘다. 오늘 꽈배기 가게 주인장의 모습도 그랬다. 나의 등장에 두 부부는 화들짝 일어서고, 놓여있는 꽈배기의 수가 적다고 하니, 더 즐겁게 대답한다.

‘배달도 가능합니다’

진열되어 있는 꽈배기와 도너츠를 모두 사와서 첫 번째 시간 학생들에게 나눠준다.


꽈배기 주인장에게 전화를 해서 몇 개가 더 필요하다고, 정말 맛있다고 너스레를 떤다. 사실 나는 코로 맛을 보았는데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엄지 손이 올라간다. 맛있다고!

이렇게 더운 여름 날, 작은 가게 주인장을 기쁘게 하고 싶은 오지랖이 발동하여,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이 주문한다. 남으면 선생님들이 나눠서 가져가시라고.


첫날에는 늘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는 누군가와 인연의 줄타기를 한다. 오늘 7월 첫날도 역시 그랬다.

새로 인연을 만드는 꽈배기주인 아저씨는 편안한 미소를 보여준다.

‘지금 결제 해드릴께요’라고 말하자,

‘아니예요. 학생들 수업으로 바쁘니, 저녁에 주셔도 됩니다.’라고 답한다.


인연쌓기는 이렇게 천천히,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맘이 바쁜데 지금 결제 한다고 말했더라면 아마도 두 번 인연 맺기에 망설였을 것이다. 제 아무리 꽈배기와 도너츠가 맛있을지라도.


학생들의 수업이 시작되고, 내 앞에 놓은 도너츠 한 조각을 맛본다.

정말 맛있네. 달콤하면서도 담백한게, 으음... 다음에 또 주문해야지.

그때는 내가 딴 오이 가지 고추를 덤으로 드려야겠다.

학원생일 18살을 축하하는 학생들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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