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3.10 안도현 <봄>
3월이 되니, 머릿속에서 맴도는 일 중 하나, ‘텃밭 경작‘입니다. 제가 명색이 텃밭농부를 자처한 지가 벌써 7년이 넘었군요. 지인들은 저를 걱정해서 ’ 그렇게 바쁜데 텃밭까지 하려고?‘라고 묻지만, 저는 알고 있지요. 흙을 만지고 작물을 키우는 일은 글 쓰는 일 못지않은 기쁨인 것을요. 사계절 모두 작물을 키우고 싶은 맘도 있지만 그것이야 말고 제 역량이 모자라서 늦여름 철까지 수확하는 작물들 중심으로 심고 거두지요.
지난주에는 텃밭동무께서 봄동을 주어서, 봄동비빔밥도 만들어 먹고요. 잔 파를 다듬어서 김치찌개에 넣어서 나누는 재미를 맛보다 보니, 진짜 텃밭 갈이를 빨리하고 싶다는 맘이 동하네요. 금주 안에 제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을 텃밭을 찾아가서 혹시나 꽁꽁 얼려있다면 총총히 괭이질하며 땅속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해야겠어요.
3월에 있을 줌 수업에서 만날 시인은 안도현 시인인데요. 시인의 시 낭독을 위한 시를 고르려는데, 예전 같지 않은 느낌을 받았답니다. 시인의 시 길이가 상당히 길어져 있더군요. 저는 시에 무식해서 그런지, 짧은 시에 들어있는 명쾌한 짧은 시가 더 매력적이랍니다. 국어선생인 모 지인은 얘기하더군요. “나는 안도현 시인의 <너와 나>라는 시를 보면서 나는 결코 시를 쓸 수 없겠다’라는 생각을 했다는데, 저도 역시 동의했지요. 한번 읽어보실래요?
너와 나 – 안도현
밤하늘에 별이 있다면
방바닥에 걸레가 있다
그럼에도 안도현 시인은 참으로 시를 잘 쓰는 분입니다. 그분 같으면 지금쯤 텃밭을 울리는 생명들의 뭇 소리들을 모두 글로 표현할 수 있을 거라는 묘한 믿음도 있고요.^^ 그러다가 찾은 시, <봄>이라는 시가 마음에 쏙 들어오네요. 제가 해야 할 일이 쓰여 있어서 더 매력적으로 읽히나 봅니다. 하여튼, 봄은 우리에게 명령합니다. ‘네 속에 숨어있는 씨앗을 꺼내봐. 이 텃밭에 뿌리 준비해 봐.’ 감각이 희미한 저한테까지 봄이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아마도 독자님들은 더 잘 들리겠지요. 제가 올해도 작물 잘 키워서 골고루 나누겠습니다.
또 하나 말씀드릴 일이 있군요. 군산인문학당이 출발한지 만 2개월이 넘어서네요. 1월, 2월, 그리고 3월 현재, 다양한 동아리 활동과, 강연주관 등, 제 나름 열심히 학인들의 문화향유를 위한 일을 돕고 있습니다. 이에 제 2차, 회원모집을 시작합니다. 다음 포스터를 보시고, 군산 인문학당에서 즐거운 문화활동을 하고 싶은 분들은 학당의 학인이 되어주세요. 언제든지 여러분들의 문의를 기다립니다. 오늘은 안도현 시인의 <봄>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봄 - 안도현
제비 떼가 날아오면 봄이라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은
봄은 남쪽나라에서 온다고
철없이 노래 부르는 사람은
때가 되는 봄은 저절로 온다고
창가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이 들판에 나오너라
여기 사는 흙 묻은 손들을 보아라
영차 어기영차
끝끝내 놓치지 않고 움켜쥔
일하는 손들이 끌어당기는
봄을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