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3.16 신동엽 <봄의 소식>
새벽을 맞는 순간은 늘 경이롭지요. 저에게 다시 또 생명을 불어넣어 준 하늘의 선물을 지각하는 시간이니까요. 말이 있잖아요. ‘밤새 안녕하셨어요?’라고요. 저도 스스로 ‘밤새 잘 자고 일어났네. 자! 다시 또 시작이다. 오늘 하루 멋지게 살아가 보자’라고 다독입니다. 오늘의 저는 어제의 제가 쌓인 퇴적의 산물이고, 이 퇴적층이 먼 훗날 어떤 가치로운 보배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 이런 상상만으로도 삶은 즐겁고 유쾌를 넘어 통쾌하기까지 하지요.
어제는 토요일 온택트 수업 ‘신동엽시인의 시 세상’을 문우들과 나눈 뒤, 일착으로 신동엽 문학관 방문을 계획했지요. 역시나 가길 참말로 잘했다 싶었습니다. 가기 전 문학관에 관한 영상 몇 개 보고 갔더니, 왠지 처음 간 곳이 아닌 익숙한 그곳, 그리고 안내하는 사람들의 친절, 게다가 김형수관장님과의 토크 등으로 즐거운 산책이었네요. 특별전으로 전시 중인 ‘신동엽시인의 동학노트’도 감상했고요. 출판사에서는 구할 수 없는 신동엽문학관 자료를 아주 싼 가격으로 주셔서 온택트 문우들에게 선물 차 구입했고요.
토요일 하루 종일, 신동엽시인의 아드님, 신좌섭 시인의 대담집을 읽고, 그를 통해 아버지인 신 시인의 시 세계를 좀 더 면밀히 살핀 흔적이 보였던지, 해설가와의 대화가 참 즐거웠습니다. 이왕 부여에 간 김에, 박물관에 갔는데, 때마침 홀로그래픽 영상까지 즐기는 시간도 좋았습니다. 일거에 양득을 넘어선 시간이었지요.
오자마자, 머리가 식기 전 여행기라도 써야겠다 싶었는데, 친정엄마의 목소리에 왠지 물기가 비쳐서, 후다닥 달려가서 저녁을 함께하며 엄마의 하소연도 들어드리고요. 또 이내 지인의 부탁 한 건도 처리하고요. 오늘 있을 인문학당 글 동아리 숙제도 해야 했고요. 남들이 보면 그렇게 바빠서 어찌 살고?? 하겠지만, 새벽을 다시 주신 선물의 이면에는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려는 저의 몸짓을 어여삐 보고 있었을 하늘님의 성찬이 있었던 바, 이에 감사하는 여유로운 나이가 된 게지요.
아침햇살에 꽃들이 머리를 내밀었다가도 군산 바람 성깔을 아는지라, 이내 고개를 떨구는 꽃송이들을 봅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날이 길어지듯, 하루하루 꽃들의 고개도 삐쭉하니 오를 대로 올라와 하늘 세상을 차지할 거예요. 남쪽 땅에서 연일 들려오는 매화, 산수유 개화타령이 곧 군산에도 도착하여 벚꽃타령으로 울려지겠지요. 겨울기온이 완전히 꺾어지는 그때까지, 감기조심 하시고요. 맛난 별난 음식으로 늘 보양하시며, 행복한 주간 첫날 맞으시길 바래요. 오늘도 신동엽 시인의 시 한 편 더 들어보세요. <봄의 소식>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봄의 소식 – 신동엽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발병 났다커니
봄은 위독하다커니
눈이 휘둥그레진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머언 바닷가에 갓 상륙해서
동백꽃 산모퉁이에 잠시 쉬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렇지만 봄은 맞아 죽었다는 말도 있었다.
광증이 난 악한한테 몽둥이 맞고
선지피 흘리며 거꾸러지더라는......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자살했다커니
봄은 장사 지내버렸다커니
그렇지만 눈이 휘둥그레진 새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뒷동산 바위 밑에, 마을 앞 개울
근처에, 그리고 누구네 집 울타리 밑에도,
몇날 밤 우리들 모르는 새에 이미 숨어 와셔
몸단장들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참고>
아래의 사진만으로는 결코 신동엽 시인을 다 담을 수 없었으니, 문학인이라면, 꼭 신동엽문학관에 다녀오시길 강추합니다. 군산에서 1시간 거리입니다. 4월이면 부여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함께 할수 있다는 해설사님의 말씀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