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333

2026.3.17 김주대 <웃음을 끌고 가는>

by 박모니카

‘TRIM TAB’, 비행기나 배에서 방향을 잡도록 도와주는 작은 장치랍니다. 어제 중1 영독해를 하면서 알게 된 말입니다. 비행기에서 Trim tab은 비행기 날개나 꼬리날개 끝에 있는 작은 판으로, 방향 선회 시, 이것을 조금만 움직여주어도 비행기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으면서, 큰 날개가 편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해요.


또 배에서도 Trim tab은 배의 뒤쪽(선미)에 있는데요. 거센 물살에 밀려 배가 한쪽으로 기울 때 균형을 잡아 주고, 배가 연료도 덜 쓰면서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이라네요. 어느 기구든 Trim tab이라는 작은 장치는 커다란 본체를 쉽게 움직이게 하는 아주 중요한, 없어서는 안 되는 역할을 합니다.

독해집의 예문에서는 이런 표현으로 학생들의 이해를 도왔어요.

-큰 시스템, 예를 들면, 학교, 회사, 심지어 세상을 한 번에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때때로 작은 행동이 그 효과를 보여줄 수 있다. 모두가 유명하거나 힘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 큰 시스템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친절한 말, 새로운 생각, 옳은 일을 소리 내는 일 등이 우리 공동체에서의 Trim tab이 될 수 있다.-


학생들은 윗글을 해석하면서 각자의 역할을 얘기하고, 저는 동시에 우리 인문학당의 역할을 생각하게 되었죠. 또 이 소소한 편지마저도 Trim tab의 역할을 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고요. 이른 시간부터 내려앉아 있던 안개. 불투명이 답답해서 언제 걷히나 하고 몰두하던 저와 다르게, 아마도 누군가에게는 저 안개도 Trim tab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동시에 갑자기 천세진 시인의 산문집 <작은 날씨들의 기억>이라는 표제가 떠오르네요, 오늘도 ‘작은 내가 결코 작지 않은 나‘로 살아가는 시간 만들어 보시게요. ^^ 김주대시인의 <웃음을 끌고 가는>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웃음을 끌고 가는 – 김주대

사내가 턱에 걸린 휠체어를 밀어주자

휠체어에 앉은 여자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덜컥, 웃는다

휠체어를 밀어준다는 것이 그만

여자의 이마 안에 감춰진 미소를 민 모양이다

휠체어에 앉은 여자의

안면 쪽으로 밀려 나온 미소가 들어가지 않는다

미소가 앞장서 간다

휠체어를 미는 사내가

여자의 미소에 웃으며 끌려간다

미소가 웃음을 끌고 가는 언덕길 오후

3.17 TRIM TAB.jpg

사진제공> 지인께서 광양매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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