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334

2026.3.18 이성부 <봄>

by 박모니카

분명 봄은 왔건만, 아침과 저녁으로 춥다고 응석 부리는 학생들의 얼굴을 보면서, ’ 헐, 엄살피우기는. 지금 단어시험 보기 싫어서 더 춥다고 하는 거지? 어림도 없어. 모두 시험준비!!‘


중1 학생들 옆방의 한 학생이 오지 않아서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아들이 침대 위에서 학교 가방을 멘 채로 자고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내주셨죠. 하루 쉬고 내일 보낼게요 라는 멘트와 함께요. “당연하죠. 어머님, 제 자식처럼 안쓰러워서... 푹 자도록 하세요. 언제든지 보충하면 되니까요.”

우리 중1 학생들이 저의 이 말을 듣고, 원장님한테 힘들다고 말하면 단어시험 안 볼 거야...라고 말했다네요.^^ 확실히 신학기 학생들은 지쳐있어요. 학원을 오지 말고 잠이나 푹 자라고 하고 싶은데 제 처지가 그러질 못하니, 참 난감하지요.


마찬가지로 요즘 저의 아침 기상에도 가뿐한 몸이 아니더라고요. 머리로는 일어나야지 하는 생각을 수십 번 한 후에야 일어나서 손가락운동을 하니까요. 그러나 그 무거움을 떨치고 일어나 앉는 순간부터는 하루가 찰나처럼 느껴질 정도로 지나가 버리죠. 아마 오늘도 그러겠지요.


봄비는 내리는데.. 잠시 군산을 떠나 고향 섬의 생활을 하시겠다고 떠나실 엄마와 목욕동행을 시작으로 일정표에 있는 갖가지 업무까지 끝내고 하루를 접을 때면 아마도 어느새 그리움이란 이름을 달고 오늘이란 시간이 저를 바라보겠죠. 그러는 사이에도 여실하게 봄은 오고, 봄 시도 생각나고요.


책방 돌담 사이에 이름 모를 풀꽃이 머리 맞대고 무더기로 피어있어서 꽃 이름을 검색해 보니, ’ 돌좀고사리‘라고 하네요. 식물의 형태와 특징에 대한 설명보다 더 눈길을 끌었던 것은 차디차고 단단한 돌담사이에 제 집을 짓고 피어난 풀꽃의 위대한 몸짓이었죠. 이성부 시인의 시 구절처럼 ’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라는 반가움과 애틋함이 동시에 우러나서 이내 인간 존재의 미약하고 연약한 본성을 되돌아보게 되었답니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존재들의 꿈틀거리는 소리들을 점점 커지도록 만드는 봄의 나팔. 악기가 없더라도 이미 우리는 두 손과 두 발이라는 나팔을 가지고 있으니, 산책하시면서 봄 생명들이 깨어나는 소리를 주워서 가슴에 대 보아요. 이성부 시인의 <봄>입니다.


봄-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비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책방돌담 '돌좀고사리꽃'

대야5일장에서 달래, 냉이, 쑥과 민물새우를 사다

매거진의 이전글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