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335

2026.3.19 정한용 <봄 편지>

by 박모니카

사람을 맞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가 봐요. 작은 책방의 공간을 최대한 넓게 해야지만 한 명이라도 더 모실 수 있기에 강연 때마다 고민이 많지요. 지난 2월 김사인 특강 후, 처음 맞는 군산인문학당 3월 특강 <좋은 사람책 시리즈>의 ’ 좋은 사람 좋은 향기‘를 위해 늦은 시간까지, 열성을 다했네요. 봄이 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바로 ’ 꽃‘. 우리 산천에 피어나는 수많은 야생화를 알고 싶어서, 40년 이상 꽃과 함께 살아오신 꽃 전문가 박선희 선생님을 모시고 꽃 이야기 들어요.


인기드라마였던 ’폭삭 속았수다‘ OST <봄>이라는 노래가 제주도의 풍경과 함께 갑자기 생각나네요.

-빨갛게 꽃이 피는 곳 / 봄바람 불어서 오면 / 노랑나비 훨훨 날아서 / 그곳에 나래 접누나 // (중략) /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봄 / 봄봄봄 봄이여 / 봄봄봄봄봄봄 봄이여 //

누가 ’ 봄‘이라는 글자를 만들었는지. 한자어 ’ 춘(春)’이 내는 소리와는 너무도 결이 다르지요.


인문학당에서도 ‘봄’과 ‘꽃’을 주제로 맛있는 봄소식을 들려주실 거예요. 게다가 강사께서 참석자들에게 꽃도 주신다 하고, 학당의 지인께서는 호박죽도 간식으로 준비하신다 하고요. 저는 무엇을 준비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때마침, 저의 오지랖의 감정선을 건드린 일이 생겼지요.


아들 친구, 20대 청년이 농사일을 선택했는데, ‘상추농사’라지요. 그런데 초보농군이라 판매처 알아보는 것도 초보이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오늘의 강연 때 상추로 ‘봄‘을 뿌려보자고 결정... 주문했더니, 세상에나 어젯밤 그 먼 보령에서 상추 두 상자 들고 온 거예요. 아들 같아서 안쓰럽기도 하고요. 상자를 열어보니, 얼마나 깔끔하게 다듬어서 정렬시켜 가져왔던지, 눈물이 다 날 뻔했다니까요.


요즘 어느 청년이 부모님과 상추농사를 짓겠냐 싶어서, 이런저런 격려도 하고요. 동네 아줌마들에게 홍보해서 모둠쌈 상추시리즈로 만들면 꼭 다시 사겠다고 약속했어요. 중요한 것은 제가 오늘 청중들에게 봄 선물 한번 거하게 하겠습니다. 상추의 이름이 ’ 로메오‘(유럽산 상추 종)이라고, 흔히 보는 적상추 청상추가 아니라고, 자신의 상품에 자부심을 가지고 말하는 청년. 그 모습 참 아름다웠습니다. 오신 분들은 잊지 마시고 꼭 가져가셔요. 인문학당 찾아주신 봄 선물이니까요~~ 정한용시인의 <봄 편지>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봄 편지 - 정한용


두 점 사이에 우린 있습니다

내가 엎드린 섬 하나와

당신이 지은 섬 하나


구불구불 먼 길 돌아 아득히 이어집니다

세상 밖 저쪽에서 당신은

안개 내음 봄 빛깔로 써 보냅니다

잘 지냈어...... 보고픈..... 나만의..

그건 시작이 아니라 끝, 끝이며 또한 처음

맑은 흔적을 확인하는 일입니다

혹시 압니까


온 세상 왕창 뒤집혀 마른 잎 다시 솟고

사람들 이마에 꽃잎 날릴 때


그 너울 사이사이

흰빛 내릴 때


그쪽 섬에 내 편지 한 구절 깊숙이 스미고

이쪽 섬에 당신 편지 한 구절 높이 새겨져

혹시 압니까


눈물겨운 가락이 될지 섭리가 될지

아프게 그리운

한 흙이 될지

3.19박선희특강1.jpg
좋은책사람시리즈 특강-박선희대표3.19.png

https://youtu.be/5xqtBTSOaC8?si=fL9xJR8PrwDqxMh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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