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337

2026.3.21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by 박모니카

어젯밤에도 신동엽 시인의 시 <금강>을 읽었습니다. 시인이란 정말 하늘에서 내려와서 인간의 모습을 한 신(神)일까요. 그렇다면 아주 조금 해석되는 신동엽 시인의 서사시 <금강>에 대한 제 대답은 ‘그렇다’입니다. 지난주 온택트 수업 신동엽 1차를 마치고 바로 다음 날, 부여에 있는 신동엽 문학관을 찾았지요. 관장님도 뵙고 해설사의 말도 듣고, 생가에 놓인 여러 물건들을 보면서 한 번도 직접 만나지 못했던 시인의 체취가 조금은 진하게 와닿았었지요.


작년 8월부터 올 4월까지 전시되는 <신동엽의 동학노트> 코너에 전시물들을 보면서 시인이 쓴 <금강>이란 작품 속 ‘동학’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주간이었네요. 그 첫머리에 쓰여있는 전시 기획의 글을 들려드릴게요.


-문학청년 신동엽이 동학군 진군로를 찾아 나선 것은 한국전쟁의 '폐허' 위에서였다. 친구 구상회가 그를 우금치로 안내했다. 1959년에 등단한 그가 바로 이듬해에 4.19의 최전선을 노래할 수 있었던 것은 동학군 진군로를 걸었기 때문일 것이다. 1970년대의 독재 치하에서 출구를 찾던 무명시인 김남주도 친구 이강과 함께 황토현 순례를 떠난다. 그가 동학군 전적지를 찾아온 노인들을 보고 <노래>라는 제목의 '죽창가'를 지어서 1980년대의 저항정신을 이끌었다. 이어서 ‘시의 시대'를 열게 된 ’ 오월시' 동인들도 5.18이 쓸고 간 ‘정신의 폐허' 위에서 고부와 삼례 들판을 순례했다. 신동엽의 서사시 <금강>은 동학군 진군로가 왜 한국 토착 정신사의 거점이 되는지를 뜨겁게 웅변한다. 이것이 특별전 <신동엽과 동학>을 기획하는 이유이다.-


동학군 진군로를 찾아 나선다고 해서 누구나 다 시를 쓸 수는 없을 터입니다. 또 썼다 하더라도 신동엽 시인이 펼쳐낸 <금강>의 줄기 마디마디를 한 줄이라도 모방할 수 있는 시인 역시 없을 것입니다. 역사책으로 만났던 ’ 동학운동‘의 서술과는 판이하게 다른, 시인의 서사를 우리 독자들이 꼭 읽어보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한 편의 시 분량이 240여 페이지에 달하지만, 동학과 3.1 운동, 4.19 혁명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내고 4.19 혁명의 좌절 이후 민중에 의해 이루어질 또 다른 격변을 예견한 시라고 평가받는 한국 시문학사의 기념비적인 시를 우리 함께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특히 시인이 가진 '공동체적 사랑'을 시적 운율과, 진실의 서사로 쓴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말 동안 딱 한 편의 시 <금강>을 읽어보시면서, 신동엽시인과 뗄 수 없는 4.19 혁명이 있는 사월을 기다려보심은 어떠신가요.


오늘도 잠시 후 7시부터 회원들께서 신동엽 시인의 시 발제와 강독이 있을 예정이라, 아침부터 공부 많이 하게 생겼습니다. 발제하실 신동엽 시인의 시 제목이라도 알려드리니, 관심 가져 보세요. <산문시 1> <서울> <함박눈 쏟아지는 날> <동구나무> <산에 언덕에> <봄의 소식> 등입니다. 제가 들려드릴 시는 대표적인 신동엽의 저항시로, 사후인 1969년 5월에 유작으로 발표된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 항아리.


아침저녁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 없이 맑은 영원(永遠)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畏敬)을

알리라


아침저녁

네 머리 위 쇠 항아릴 찢고

티 없이 맑은 구원(久遠)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憐憫)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조아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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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앞 담 벼락 아래 봄꽃을 두르다. 친구의 손길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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