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339

2026.3.23 김재현 <밑줄>

by 박모니카

역시 봄은 꽃의 시간. 책방담벼락 아래 봄꽃들을 줄줄이 놓았더니, 책방의 포토존 역할을 해주네요. 홍보비로 지출하면서까지 책방 알리기 하기에는 제가 역량이 부족해서 생각한 아이디어! 인스타 또는 페이스북 등 SNS에 책방방문 사진을 올려주면 책 할인가 적용한다고 했더니, 특히 젊은 층 방문객들은 잘 협조해 줘요. 책을 안 사도 홍보만 해주어도 엄청 도움이 되는 장사지요.^^


어제도 지나가다가 담 아래 놓은 꽃이 예뻐서 일부러 들어왔다는 청년들. 요즘 인기 있는 소설과 시집을 사 가는 횡재(?)를 했습니다. 딸과 같은 나이어서 청년세대들의 책에 대한 생각도 들어보고요. 인스타에 올렸다고 보여주길래 책 할인가 드린다고 했더니, 엄청 좋아하더군요. 제가 일 이 천 원 덜 먹고 청년들이 책을 사는 기회가 늘어난다면 금상첨화지요.


봄이 시작된다고 해도 여전히 쌀쌀한 날씨에 꽃망울 터지는 속도가 더딘 3월. 그래도 봄 냄새 진하게 나도록 책방의 커튼이라도 바꿔야겠다 생각하네요.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법이니, 책방의 책 위치도 좀 바꿔보는 등 새로운 아이디어로 작은 움직임을 시작하고 싶답니다.


어제는 감자 심을 밭갈이 조금 하고요. 호미질하다가 발견한 몇몇 풀꽃들을 보면서 미안해하는 맘도 전하고요. 혼자 일 하려니, 그나마 곁에 누군가라도 있어야 하는 것이 사는 재민가 보다는 생각까지 들었네요. 하여튼 오늘 낼 사이 감자씨 다 심어 두고, 하짓날 하지 감자 먹는 꿈, 감자가 우르르 들려 나와 지인들과 나눠 먹을 꿈을 매일매일 꾸어야지요. 아무리 삶이 힘들다 해도 꿈꿀 수만 있다면 무엇이 어렵겠나 싶어요. 월요일의 출발이 다소 무겁더라도, 오늘의 꿈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사건들, 즐거운 시간 들 많이 만들어 보시게요. 김재현시인의 <밑줄>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밑줄 – 김재현


늙은 소가 종일 한 일은

빈 밭에 나가

느릿한 밑줄을 친 일밖엔 없다


돌아와서는 커다랗고 둥근돌의 구멍에 묶여

봄볕이나 되새김질하고 있다

구멍 뚫린 저 돌은

마침표 같다


마침표는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오래 기다리는 기호라는 걸 알고 있다는 듯

돌의 눈 같은 구멍에 묶여 있는 소

그러고 보니 세상 모든 눈들은

다 마침표라는 생각이 든다

검은 허방이다


소가 돌에 묶여 있다

아니, 둥글고 투명한 허방에 묶여 있다

수직의 밑줄을 그으며

새순들이 뻗어나가는 저기 저 허공

포르르 새가 날아간다

작고 여린 마침표 같다


3.23봄풀꽃3.jpg

텃밭갈이 하다가 냉이꽃에 놀라서 움찔^^

3.23봄풀꽃2.jpg

김밥싸서 텃밭으로.. (사람들은 제가 밥도 못하는 줄 알지만 김밥도 정말 잘 만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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