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341

2026.3.25 이채 <사람의 꽃이 되고 싶다>

by 박모니카

글 읽기나 글쓰기 하고 싶은 사람들이 때때로 묻지요. 어떤 방법을 이용하면 더 효과적인지를요. 사람마다 타고난 재능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니 정답은 없겠지요. 어떤 이는 한순간 스쳐가는 바람 한 점을 잡아 글로 표현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몇십 년 책을 읽어도 글쓰기가 어려운 사람도 있다고 하니까요. 그런 와중에도 쉽게 느껴지는 활동 중 하나가 바로 ’ 필사‘입니다. 필사는 눈에 의존하는 감각이 아니라 손을 놀리는 본능적 감각이 작동하니까요.


책방에서 자주 권하는 책, 그래서 손님들이 선택하는 책 종류 중 하나가 ’ 필사를 위한 책‘입니다. 특히 시 필사 관련 책은 가벼운 마음으로 선택하는 것 같아요. 자기 책이 되면 좋은 글을 밑줄 쳐서 자신에게 기억시키고, 타인에게 나누는 데 매우 효과적이죠. 눈 감각처럼 변덕스러운 것은 없는 듯, ’잘 읽었다고 생각하기’로 유도하는 매우 질 나쁜 바람잡이입니다.^^ 그러니, 책 읽으실 때, 한 문장, 한 단어라도 꼭 필사하는 습관을 가진다면 참 좋겠다 추천합니다. 인문학당 동아리에서도, 시 필사 팀 10명이 각각 1편씩, 저는 매일 10편의 시를 읽는데요. 저야말로 최고의 복을 받은 리더입니다. 아침편지에 잘 활용하기도 하니까요.~~

한 주간에서 가장 피곤 도가 높다는 수요일? 저는 매일을 나누고, 매시간을 나누고, 매 분을 나누다 보니,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걸어가는 모양새로 살다 보니 특별히 피곤수치가 높은 요일은 없답니다. 다만,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날까.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어떤 영어문장으로 학생들과 수다를 떨까. 어떤 맛있는 것을 간식으로 줄까...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요일이 가득하지요. 게다가 어제는 감자심기까지 끝냈으니~~ 훨훨!


얼마 전 한 봉지에 2000원짜리 당근을 샀는데, 무려 김밥 20줄 이상을 싸서 나눠 먹었어요. 우리 집 두 남자, 아들과 남편은 채소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인데요. 웬일로 말하데요. “당근김밥이 참 맛있데!”라고요. 오늘도 당근 김밥도 싸고, 어제 지인 텃밭에서 가져온 쪽파로 부침개도 만들어서 학원에서 먹어야겠어요. 수업 전 일찍 오는 학생이 횡재하는 날!! 오늘은 이채시인의 <사람의 꽃이 되고 싶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사람의 꽃이 되고 싶다 - 이채

그대와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로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다 해도 서로의 꽃이 될 수 있을까

꽃집으로 들어설 때의 설레임과

한아름 꽃을 안고 집으로 오는 동안

한 잎 한 잎 고운 향기 맡으며

상큼한 웃음 감추지 못하던 그 표정으로

나는 그대에게 어떤 꽃으로 기억되고 싶은 걸까

발을 밟은 그대에게

어깨를 부딪친 그대라면

길을 묻는 그대라면

서로의 이름은 몰라도 은은한 들꽃 같은 향기로

미소가 예쁜 친절한 꽃으로

사슴의 눈망울을 닮은 착한 꽃으로 기억되고 싶은 걸까

저마다 뜰은 있어도 가꾸지 않고

꽃병은 있어도 꽃이 없는 창가에서

아름다운 호수를 바라본다 한들

시그러운 귀로는 물소리를 들을 수 없고

불만의 목소리로 백조의 노래를 부를 수 없으며

비우지 못한 욕심으로 어떻게 새들의 자유를 이해할 수 있을까

부족함 속에서도 늘 감사하는 행복의 꽃

작은 것에서도 소중함을 느끼는 기쁨의 꽃

보이지 않는 숨결에도 귀 기울이는 관심의 꽃

사막에서도 물을 길어 올리는 지혜의 꽃

사람의 뜰에는 만 가지 마음의 꽃이 있어도

어느 꽃도 피우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네


<사진제공: 유부도의 안개낀 봄 풍경-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책방손님이 우쿠렐레를 이렇게 두고 가셨어요.^^

감자심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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