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26

2022.5.13 원태연 <그런사람 또 없습니다>

by 박모니카

책방을 하면서 가장 행복한 것은 시인들의 시를 꼼꼼히 다시 보는 일이지요.

무심코 읽었었는데 어느 순간 눈에 띄는 구절이 꼭 있으니까요.

어제는 4월의 바람따라 오고 간 새로운 인연을 생각하다 원태연시인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읽었습니다.

짧은만남이었어도 분명 인연이었기에 이곳으로 왔겠구나 생각하면 고맙기만 하지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 원태연 시인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그렇게 따뜻하고

눈물이 나올 만큼 나를 아껴 줬던 사람입니다

우리 서로 인연이 아니라서 이렇게 된 거지

눈 씻고 찾아봐도 내게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따뜻한 눈으로 나를 봐 줬던 사람입니다

어쩜 그렇게 눈빛이 따스했는지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살아도

이 사람은 이해해주겠구나 생각들게 해 주던

자기 몸 아픈 것보다 내 몸 더 챙겼던 사람입니다

세상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를 사랑해 주었던 한 사람입니다

내가 감기로 고생할 때 내 기침 소리에

그 사람 하도 가슴 아파해

기침 한 번 마음껏 못하게 해주던 그런 사람입니다

지금 그 사람 나름대로 얼마나 가슴 삭이며 살고 있겠습니까

자기가 알 텐데

내가 지금 어떻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을 텐데

언젠가 그 사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멀리 있어야 한다고

멀리 있어야 아름답다고

웃고 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모릅니다

내가 왜 웃을 수 없는지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그 사람과 하도 웃어서 너무너무 행복해서

몇 년치 웃음을 그때 다 웃어 버려서

지금 미소가 안 만들어진다는 걸

웃고 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모릅니다

인연이 아닐 뿐이지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그 사람 끝까지 나를 생각해 주었던 사람입니다

마지막까지 눈물 안 보여 주려고 고개 숙이며 얘기하던 사람입니다

탁자에 그렇게 많은 눈물 떨구면서도 고개 한 번 안 들고

억지로라도 또박또박 얘기해 주던 사람입니다

울먹이며 얘기해서 무슨 얘긴지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이 사람 정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알 수 있게 해 주던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그렇게 따뜻하고 눈물이 나올 만큼 나를 아껴 주었던 사람입니다

우리 서로 인연이 아니라서 이렇게 된 거지

눈 씻고 찾아봐도 내게는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인연이 아닐 뿐이지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정말 내게는 그런 사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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