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5.14 이무일 <빈그릇>
인문이란 인간이 만든 무늬라고 하지요.
어떤 무늬가 가장 아름다울까요.
책, 음악, 미술 등의 소재로 만든 무늬에도 감복하지만 저는 사람의 몸에 새겨진 무늬를 가장 사랑합니다.
오늘 책방에 그 무늬를 가진 분, 지역의 이숙자작가님과 정담(情談)의 시간이 있습니다.
오늘의 시는 이무일 시인의 <빈 그릇>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빈 그릇 - 이무일
차랑차랑한 이슬을
동글동글 그대로 한번 담아보고 싶다.
산뜻한 무지개, 그리고
비 그친 뒤의 저 푸른 하늘을
차곡차곡
가슴이 넘치도록
한번 담아보고 싶다.
맑은 새소리
밝은 햇살
…………
…………
그런데
그런데
네가 앉은 그 곳에도
내가 섰는 이 곳에도
흩날리는 먼지.
뿌연 먼지.
나는 오늘도 그릇을 닦는다.
작은 나래 파닥거려
그릇을 닦는다.
담을 것만을 담고 싶은
내 바램의 빈 그릇
나는 오늘도 그릇을 닦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