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27

2022.5.14 이무일 <빈그릇>

by 박모니카

인문이란 인간이 만든 무늬라고 하지요.

어떤 무늬가 가장 아름다울까요.

책, 음악, 미술 등의 소재로 만든 무늬에도 감복하지만 저는 사람의 몸에 새겨진 무늬를 가장 사랑합니다.

오늘 책방에 그 무늬를 가진 분, 지역의 이숙자작가님과 정담(情談)의 시간이 있습니다.

오늘의 시는 이무일 시인의 <빈 그릇>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빈 그릇 - 이무일


차랑차랑한 이슬을

동글동글 그대로 한번 담아보고 싶다.

산뜻한 무지개, 그리고

비 그친 뒤의 저 푸른 하늘을

차곡차곡

가슴이 넘치도록

한번 담아보고 싶다.

맑은 새소리

밝은 햇살

…………

…………

그런데

그런데

네가 앉은 그 곳에도

내가 섰는 이 곳에도

흩날리는 먼지.

뿌연 먼지.

나는 오늘도 그릇을 닦는다.

작은 나래 파닥거려

그릇을 닦는다.

담을 것만을 담고 싶은

내 바램의 빈 그릇

나는 오늘도 그릇을 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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