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꽃심 본받아 다시 시작하네

2020.3.15 텃밭이야기 1화

by 박모니카

우리가 꽃을 피우는 것, 누가 보고 안보고는 중요하지 않다네. 우리의 참 모습일 뿐이야."

3년차 텃밭을 감싸고 서 있는 매화나무, 그 위에 매달려 피워낸 꽃들이 말했다.

내 작물만 바라보고 다녔지, 사시사철 텃밭을 지켜주고 있는 매화나무와 꽃의 아우성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무심함이 죄스러웠다.


드듸어 텃밭지기들이 모였다. 올해도 10여가구의 초보농부들이 모여, 각자의 농작물 키우기 레이스에 돌입했다. 작년 11월 이후 발길이 뜸했던 밭. 겨우내 눈이 많이 오지 않아서 다행히도 땅에 삽질, 호미질이 가능했다.


남자들은 시들어진 호박줄기, 고구마줄기, 고추대 등과 그 속에 묻힌 비닐을 걷어냈다.

한쪽에선 여인들의 날랜 손길이 어린 쑥과 갓을 뽑느라 바쁘고, 또 한쪽에선 농부의 새참을 준비하듯, 토종닭 삶는 구수한 내음이 진동했다.


어디서나 서정시인 같은 남편은 텃밭 가장자리에 서 있는 매화나무에 가서 매화꽃을 살폈다.

잠시 이꽃 저꽃 사진을 찍고 감상에 빠지더니 잔가지 하나씩을 텃밭여인들에게 선물했다.

"쑥 캐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매화향기 맡는 거예요."라며.


꽃을 받은 여인들은 '야단법석' 그야말로 모든 시선과 부러움을 내게로 던졌다.

"이런 남편과 사는 나는 얼마나 행복할 거냐고." 속으로만 대답 했지.

'직접 살아보세요. 어떤지~~."


각 집당 평균 3-4두렁의 텃밭을 만든다. 어느정도 쓰레기를 정리 한 후, 각 두렁 위에 퇴비를 풍족하게 뿌렸다.

어찌 해가 갈수록 땅에 대한 욕심만 늘어나는지. 작년 겨울철에 봄을 기약하면서 두렁수를 늘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오늘도 막상 와서 퇴비까지 뿌리고 보니, 욕심이 더 늘어나려고 했다.

맘 속으로 이성기제가 작동, "안돼, 정말 부질없는 욕심이지. 내 땅도 아니면서"

다행스럽게 아직까지 내 이성은 감성을 이긴다. 새로운 신입회원에게 내 밭의 옆 두 두렁을 선 뜻 양보했다.

'분명 올해 농사 짓는데 도움 좀 받을것 같은데~~'라는 속 맘이 있었다.


퇴비를 뿌리고 넉넉하고 풍요롭게 변신할 밭을 바라보는 회원들 미소의 뜻은 나와 다르지 않으리라.

지인이 준비해온 토종닭은 텃밭에 있었던 엄나무의 곧은 가지와 대추, 마늘과 어우러져 보약도 그런 보약이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엄나무의 가시가 매우 날카로와, 가지치지를 하던 지인이 출혈까지 있었다는 말에 갑자기 예수님의 보혈이 생각났다. 그 정성을 모아 회원들에게 아침밥으로 대접하시니 감동의 물결이 온 밭에 넘쳐 흐를수 밖에.


올해는 무엇을 심을까. 작년에 심은 호박으로 이복저복 받을 복 다 받았던 때가 생각났다.

일단 감자부터 심어야 겠다. 씨 감자가 어떤 모습으로 꽃을 피우고 땅 속에서 열매로 탄생하는지.

거둔 감자를 누구와 나눌지, 어떤 기쁨이 일렁거릴지 등등, 이번에는 일지를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아직도 냉장고에는 있는 붉은 빛 자태, 한국인의 입맛을 다져주었던 고추.

한 여름 딸의 싱싱함 입맛을 돋구워주었던 샐러드의 주재료 방울토마토.

신성한 여신의 볼 쪽 같았던 보라색 가지.

시원스레 쭉 뻗은 키로 하늘의 태양과 대적했던 옥수수.

봄 마당에 뛰놀던 어린조카의 나풀거리던 원피스 같았던 상추.

안방마님의 넉넉한 큰 손에 담긴 복중의 복, 호박.

여름날 시원한 얼음과 함께 동동 떠올랐던 오이.

고라니의 겨울철 양식으로 허락했던 고구마.

올해도 이것들을 모두 다 심어야겠다.


옆 텃밭에서 나눠주었던, 들깨, 당근, 갓, 무우, 마늘, 파 등은 올해도 손을 내밀어볼까.

아침회식을 끝내고 회원들에게 감사인사를 썼다. "오로지 사람만이 희망이며 기쁨,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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