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6.11 이해인<새벽 창가에서>
새벽잠이 없는 건 나이듬의 표시라지요. 하지만 새벽을 깨치며 제 몸으로 들어와 앉은 여분의 시간이 누적되는 것은 오히려 큰 행운입니다. 특히 좋은 글 읽고, 좋은 말과 좋은 음악 들으며 또 하루 얻어진 생명에 감사할 뿐이죠. 고요히 홀로 있는 시간의 제단 위에 서서 새 아침의 향기를 당신의 오감속에 넣어보세요. 오늘의 시는 이해인시인의 <새벽 창 가에서>. 봄날의산책 모니카
새벽 창 가에서 – 이해인
하늘
그 푸른둘레에
조용히
집을 짓고 살자 했지
귤 빛 새벽이
어둠을 헹구고
눈을 뜨는 연못가
순결은 빛이라 이르시던
당신의 목소리
바람 속에 찬데
저만치 손 흔들며
앞서가는 세월
나의 창문엔
때로 어둠이 내렸는데
화려한 꽃밭에는
비도 내렸는데
못 가엔
늘
꿈을 심고 살자했지
백합화 촛불들고 가는
새벽길에
기도를 뿌리면
돌을 던질 수 없는
침묵의 깊은 바다
내 마음에
태양이 뜬다
꽃들이 설레이며
웃고 있는 발 사이
창은 하늘을 마시고
내가 작아지는
당신의 길
새벽은 동그란 연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