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55

2022.6.11 이해인<새벽 창가에서>

by 박모니카

새벽잠이 없는 건 나이듬의 표시라지요. 하지만 새벽을 깨치며 제 몸으로 들어와 앉은 여분의 시간이 누적되는 것은 오히려 큰 행운입니다. 특히 좋은 글 읽고, 좋은 말과 좋은 음악 들으며 또 하루 얻어진 생명에 감사할 뿐이죠. 고요히 홀로 있는 시간의 제단 위에 서서 새 아침의 향기를 당신의 오감속에 넣어보세요. 오늘의 시는 이해인시인의 <새벽 창 가에서>. 봄날의산책 모니카


새벽 창 가에서 – 이해인


하늘

그 푸른둘레에

조용히

집을 짓고 살자 했지


귤 빛 새벽이

어둠을 헹구고

눈을 뜨는 연못가


순결은 빛이라 이르시던

당신의 목소리


바람 속에 찬데

저만치 손 흔들며

앞서가는 세월


나의 창문엔

때로 어둠이 내렸는데

화려한 꽃밭에는

비도 내렸는데


못 가엔

꿈을 심고 살자했지


백합화 촛불들고 가는

새벽길에

기도를 뿌리면


돌을 던질 수 없는

침묵의 깊은 바다

내 마음에

태양이 뜬다


꽃들이 설레이며

웃고 있는 발 사이

창은 하늘을 마시고


내가 작아지는

당신의 길

새벽은 동그란 연못

6.11 이해인새벽.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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