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56

2022.6.12 류시화<누군가 침묵하고 있다고해서>

by 박모니카

오늘은 사자성어 하나 말씀드려요. 允執厥中 (윤집궐중) - 진실로 그 중도를 가진다는 뜻으로 언행과 마음가짐이 치우침 없이 올바른 상태를 이루는 것. 이는 ’誠‘(정성성)으로 가능하다 합니다. 저는 ’誠‘ 글자 속에 들어있는 말씀 언(言)을 봅니다. 바른 언어(문자)의 사용이 ’나‘라는 미약한 존재를 얼마나 창조적으로 비약하게 하는지를 조금이나마 느낍니다. 오늘은 유독 언행에 조심하고 경계하여 넘치지 않고 정도(正道)를 가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오늘의 시는 류시화시인의<누군가 침묵하고 있다고 해서>. 봄날의 산책 모니카


누군가 침묵하고 있다고 해서 - 류 시화


누군가 침묵하고 있다고 해서

할 말이 없거나 말주변이 부족하다고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

말하는 것의 의미를 잃었을 수도 있고

속엣말이

사랑, 가장 발음하기 어려운 단어에서

머뭇거리는 것일 수도 있다

세상 안에서 홀로 견디는 법과

자신 안에서 사는 법 터득한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겨울이 그 가슴을 영원한 거처로 삼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단지 봄이 또다시

색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몇 년 동안 한 번도 노래 부르지 않는다고 해서

새들이 그 마음속 음표를 다 물고 갔다고

넘겨짚어서는 안 된다

외로움에 물기에 젖어

악보가 바랜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 동행없이 혼자 걷는다고 해서

외톨이의 길을 좋아한다고

결론 내려서는 안 된다

길이 축복받았다고 느낄 때까지

누군가와 함께 걷고 싶었으나

가슴 안에 아직 피지 않은 꽃들만이

그의 그림자와 통행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다음 봄을 기다리며

6.12 류시화 침묵은.jpg

군산 은파호수에서 노니는 오리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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