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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편지116

2022.8.11윤수천<가난한 자의 노래>

by 박모니카

기록적인 폭우로 이 나라의 심장인 수도권에서 마음 아픈 일이 있었지요. 아픔은 왜 늘 약자에게 더 호되게 다가올까요.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특별히 사회적 약자를 겨냥할까요? 영화 <기생충>에서처럼 인간이 만든 지하계층 사다리만을 노려볼까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죽기 전 넓은 방(세평)에서 살아보는게 소원인 사람들의 이야기와 평생 여인숙 생활을 하는 이들을 사진에 담은 이강산 작가의 글을 읽습니다. 세평짜리 책방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던 제가 결국 호사를 누리고 있었던 거지요. 얼마나 큰 빚을 지고 사는 건지. 제가 할 수 있는 지성의 양심은 오로지 나눔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고 생명은 무엇이나 존귀하다는 사유의 나눔이 늘 상존하길 기도하면서 오늘의 시로 윤수천시인의 <가난한 자의 노래>를 보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가난한 자의 노래 - 윤수천


가난도 잘만 길들이면 지낼 만하다네

매일 아침 눈길 주고 마음 주어 문지르고 닦으면

반질반질 윤까지 난다네

고려청자나 이조백자는 되지 못해도

그런대로 바라보고 지낼 만하다네


더욱이 고마울 데 없는 것은

가난으로 돗자리를 만들어 깔고 누우면

하늘이 더 푸르게 보인다네

나무의 숨소리도 더 잘 들리고

산의 울음소리도 더 맑게 들린다네


더욱이 고마운 것은 가난으로

옷을 기워 입으면

내 가까이 사람들이 살고 있고

내가 그들 속에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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