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에 밀릴쏘냐, 감자들이 출격하네

2020.6.23 텃밭이야기 10화

by 박모니카

기상예보에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고 했다. 하지날, 수확의 첫 삽을 뜨고 돌아와서 마음이 내내 불안했다. 다 된밥에 재 뿌리는 격으로 비가 올까바. 나의 하루는 어찌나 정신없는지, 요즘은 나의 본업의 위치를 잊어버릴 정도이다. 하지만 난 정신없는 나의 하루를 사랑한다.


섬에 갔던 엄마는 나오시면서 손에 바리바리 해산물을 가지고 오셨다. 요즘 기운이 없어보이는 김서방(내 짝꿍)을 위해 구이용 아나고 10킬로, 보리 수확할때 바지락이 최고라면서 앞장불에 성글성글한 바지락을 일일히 손으로 까서 네모 바듯한 랩에 대 여섯봉지, 바위에 붙은 돌게를 장으로 담아서 새콤 달콤한 빨간 돌게장.

육지에 있으면 섬집이 걱정이고, 섬에 있으면 육지가 걱정인 엄마. 섬에 계시면서도 텃밭의 작물들 소식을 매일 물어보셨다.


그런 엄마가 나오셨으니, 이제 우리 모녀가 감자마중을 해야지 싶었다.

"엄마, 낼 새벽 5시에 만나요. 모시러 갈께요."

"너나 늦잠자지 말고 일찍 움직여라. 해가 길어져서 새벽을 놓치면 하루를 놓친다."


약간의 늦잠으로 텃밭에 5시 50분에 도착하자마자 주룩주룩 자란 오이, 탱글탱글 자라는 호박, 살풋한 볼살을 가진 가지에게 눈인사하고 감자밭으로 갔다. 준비한 상자는 20킬로 짜리 세 상자. 이것을 다 채울수 있을가나.

감자 두 두덕을 엄마와 내가 각각 한 줄씩 맡았다. 강원도산 수미감자라고 했던 감자싹을 15000원에 구입해서 3박스 정도의 수확이면 좋겠다 싶었다. 그럼 최소한의 기부금액도 만들어질테고, 지인들이나 우리 학생들과 나눠 먹을 정도는 될 테니까.


호미 한 입에 감자가 대 여섯개씩 올라왔다. 그런데 어느 감자는 썩고 어느 것은 검정 반점이 있었다. 엄마의 '오메오메, 어쩐다냐, 등치는 큰디 다 썩었네.' 하는 소리에 슬슬 속상해지기 시작했다.


"엄마, 감자가 심은대로 다 멀쩡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썩은것도 있죠."

"하지 감자라고 꼭 하지에 캐란법이 있더냐. 이렇게 감자 줄기가 다 말라 비틀어질때까지 다 기다리면, 멀쩡한 것들도 썩지." 라고 하셨다.


두 모녀는 잠시 말없이 감자만 캤다. 사실 상한 감자보다 상하지 않은 감자가 훨씬 많았음에도 사람의 욕심이란 채워지지 않는 법.


그사이 엄마의 상자에는 감자가 가득했다. 반점이 조금만 있어도 먹지 말아야 한다며, 엄마의 감자들은 상급이었다. 그러나 감자를 심은 나는 왠만하면 버릴 수가 없었다. '상한 곳 베어내고 나 혼자라도 먹어야지.'

버려진 감자만도 한 박스 이상 이었고, 우리는 총 두박스 절반의 감자를 가졌다. 머리속으로는 오늘 내에 누구에게 팔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나의 첫 감자수확을 온전히 기부금으로 내겠다고 공언 한 만큼, 잘 팔고 싶었다. 후배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대들이 내 감자에 첫마음을 기부하시면. 1만원부터 배달가능. 강원도산 수미감자예요.'

후배들 역시 내가 텃밭을 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1시간내에 모두 팔렸다. 엄마가 첫 개시로 한상자를 통채로 가져가시면서 감자값을 주셨다. 인터넷으로 가격을 알아보니, 10킬로당 평균 15000원이라고 써 있었다. 그런데 산지가를 적용한다며 1만원만 받겠다고 했다.

4명의 후배들이 주문을 했는데 저울도 없는 나는 무조건 봉지에 담아 10킬로 인양 주었다. 혹시 부족할까 몰라, 오늘 딴 오이와, 옆집 코알라가 준 양파를 각각 2개씩 덤으로 주었다.

오늘 기부금 총액은 6만원이었다.

이 정도면 성공이지. 지난번 대준씨의 빨간양파 기부금도 있는데, 첫 출발이 완전 Good 이다.


7월은 결실의 계절이다. 매일매일 열매들이 자란다. 오늘도 옆집 코알라는 내게 두 수를 가르쳐 주었다. 하나는 양파의 암수를 구별하는 법이다. 정말 생김새를 다시보니, 암 양파와 숫 양파의 생김새가 달랐다. 다음부터는 맛도 정성스럽게 봐야겠다 싶었다.


또 하나는 대추 토마토의 곁가지 보는법과 떼어내기 법을 알려주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분명 나이도 나보다 어린데, 세상 일을 모르는게 없네. 많이 배워야지.'


내일부터 장마가 시작된단다. 얼마전 남편이 사다준 빨간 장화가 톡톡히 제 역할을 할 것이다. 장마비 사이로 태양이 얼굴을 내밀 때마다, 텃밭으로 가는 내 발걸음에 긍정의 시동을 걸야겠다.

이 발소리를 들은, 옥수수, 가지, 대추토마토, 호박, 고추3종세트, 돔보콩들이 쑥쑥 제 모습을 보이겠지.

내일 아침엔 미옥이 언니가 준 고구마 모종을 심어야겠다.

생각만해도 신이난다. 내 속에 이런 기쁨을 가져다 주는 농사재능이 있다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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