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8.13 김남조<은혜>
종종 성가 ‘은혜’(손경민곡, 최정원소프라노)를 들으며 글을 씁니다. 오늘 새벽에도 그랬지요. 가사 중에 -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내가 지나왔던 모든 시간이, 내가 걸어왔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아침 해가 뜨고 저녁의 노을, 봄의 꽃향기와 가을의 열매, 변하는 계절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가 있습니다. 우리의 모든 삶이 은혜임을 안다면 이 세상에 전쟁, 빈곤, 기아, 차별, 미움, 성냄, 분노가 있을까요.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실천하는 것은 정말 다르지요. 수해봉사현장에 와서 ‘비가 오면 사진이 더 잘 나오겠다’라고 한 모 의원의 말. 무의식중에라도 나도 그런 맘이 있진 않을까, 그 포장이 내 옷에 걸쳐져 있진 않을까를 두려운 맘으로 돌아봅니다. 오늘 받은 은혜의 시간이 연휴동안 나눔의 시간으로 허락되기를 기도합니다. 김남조시인의 <은혜>들어보세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은혜 – 김남조
처음으로
나에게
너를 주시던 날
그날 하루의
은혜를
나무로 심어 숲을 이루었니라
물로 키워 샘을 이루었니라
처음으로
나에게
너를 그리움이게 하신
그 뜻을 소중히
외롬마저 두 손으로 받았니라
가는 날 오는 날에
눈길 비추는
달과 달무리처럼 있는 이여
마지막으로
나에게
너를 남겨 주실 어느 훗날
숨 거두는 자리
감사함으로
두 영혼을 건지면
다시 은혜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