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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편지118

2022.8.13 김남조<은혜>

by 박모니카

종종 성가 ‘은혜’(손경민곡, 최정원소프라노)를 들으며 글을 씁니다. 오늘 새벽에도 그랬지요. 가사 중에 -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내가 지나왔던 모든 시간이, 내가 걸어왔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아침 해가 뜨고 저녁의 노을, 봄의 꽃향기와 가을의 열매, 변하는 계절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가 있습니다. 우리의 모든 삶이 은혜임을 안다면 이 세상에 전쟁, 빈곤, 기아, 차별, 미움, 성냄, 분노가 있을까요.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실천하는 것은 정말 다르지요. 수해봉사현장에 와서 ‘비가 오면 사진이 더 잘 나오겠다’라고 한 모 의원의 말. 무의식중에라도 나도 그런 맘이 있진 않을까, 그 포장이 내 옷에 걸쳐져 있진 않을까를 두려운 맘으로 돌아봅니다. 오늘 받은 은혜의 시간이 연휴동안 나눔의 시간으로 허락되기를 기도합니다. 김남조시인의 <은혜>들어보세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은혜 – 김남조


처음으로

나에게

너를 주시던 날

그날 하루의

은혜를

나무로 심어 숲을 이루었니라

물로 키워 샘을 이루었니라


처음으로

나에게

너를 그리움이게 하신

그 뜻을 소중히

외롬마저 두 손으로 받았니라


가는 날 오는 날에

눈길 비추는

달과 달무리처럼 있는 이여


마지막으로

나에게

너를 남겨 주실 어느 훗날

숨 거두는 자리

감사함으로

두 영혼을 건지면

다시 은혜이리

8.13 은혜(낙조).jpg 보름날(8.12) 붉은 일몰로 물드는 서해 금강하구둑이 가까이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8.13은혜(보름달).jpg 말랭이 마을에는 유독 둥글고 환한 보름달이 찾아왔네요. 오늘은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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