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태극기를 보면 ‘국기에 대해 경례’라는 말 대신 태극기 부대가 떠오릅니다. 한 나라의 국기마저도 이념화되어 국민을 가르는 상징물이 된 현실이 안타깝지요. 어린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니 여러 국경일에 태극기를 직접 그려보고 뜻을 알려주던 일이 기억납니다. 대단한 애국심을 말하고자 한 일이 아니예요. 오늘은 광복절. 보수와 진보라는 두 영역만이 우리를 지배하는 현실. 진정 우리는 어떤 땅에서 살아가야 할까요. 일본도 미국도 중국도 우리 땅에서 예를 갖추는 나라, 태극의 음양이 하나인 나라, 마땅히 우리가 주인인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 광복절이 되면 유독 학창시절 애독했던 한용운 시인의 시가 생각납니다. 오늘은 한용운 시인의 <나룻배와 행인>을 들어보세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나룻배와 행인 – 한용운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行人).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얕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