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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편지131

2022.8.26 최항<絶句(절구)>

by 박모니카

’군산야행(8.25-8.27)‘이 시작되어 말랭이의 작가들도 자신의 작업실을 공개했지요. 책방이야 상시오픈이니 특별히 다른 모습은 없지만 밤 11시까지 열고 손님들을 맞이했어요. 처서(處暑)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삐뚤어지고 풀도 울며 돌아갈 정도로 날씨가 쌀쌀해진다 하더니 확실히 아침저녁 일교차의 옷 색깔이 달라졌지요. 처서는 흔히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는 말을 생각나게 했어요. 책방이 말랭이 마을의 꼭대기에 있어서 평소에도 지나가는 구름의 인사를 바로 들을 수 있어요. 그런데 어젯밤에는 귀뚜라미들이 펼치는 노래와 춤사위가 어찌나 화려하게 말랭이야행을 밝혀주던지 신비, 그 자체였답니다. 불금의 야행길, 군산의 역사거리 끝머리에 있는 말랭이마을로 오세요. 골목길 집집마다 새어나오는 불빛따라 사람꽃피고 귀뚜라미 노래하는 아름다운 소리가 가득합니다. 한 주간 당신에게 스며들어 무겁게 한 일상의 먼지를 맑은 자연의 빗자루가 다 털어내 줄거예요. 오늘은 한시, 최항(고려시대 시인)의 絶句(절구)를 들어볼까요. 봄날의산책 모니카

絶句(절구) - 최항


滿庭月色無烟燭(만정월색무연촉) 뜰에 가득한 달빛은 연기 없는 등불이요

入座山光不速賓(입좌산광불속빈) 둘러앉은 산빛은 청하지 않은 손님일세

更有松絃彈譜外(갱유송현탄보외) 솔바람은 악보없는 가락을 연주하니

只堪珍重未傳人(지감진중미전인) 소중히 지닐 뿐 남에게 못 전하리

책방의 한 밤
책방의 한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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