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침편지132

2022.8.27 서정윤<꽃씨>

by 박모니카

공자가 아들 백어에게 말했다지요. <불학시 무이언(不學詩 無以言) 불학례 무이립(不學禮 無以立)> ‘시(시경)를 배우지 않고는 남과 더불어 말을 할 수가 없고, 예를 배우지 아니하면 남 앞에 설 수가 없다.’ 또 철학 위에 시학이라 했으니 그만큼 시가 우리 인간에게 미치는 힘의 위대함을 말하는 거겠지요. 군산문화재 야행 3일째인 오늘 책방에서는 ‘시낭송잔치’를 합니다. 말 그대로 시를 낭송(노래)하며 몸과 마음이 춤추는 자리예요. 어린이와 성인 모두 약 20여명이 신청했어요. 한 어린이는 바이올린 연주<10월의 어느 멋진 날>로 무대를 빛내주고 싶다네요. 변화무쌍했던 여름날이 안녕을 고하는데 그냥 보낼 수 없지요. ‘올해도 여름아, 네 덕분에 잘 살았다, 정말로 고마웠다’ 라고 말하고 잔치를 열어줘야죠. 오늘밤, 7시. 봄날의 산책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시낭송 잔치마당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오늘의 시는 서정윤시인의 <꽃씨>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꽃씨 - 서정윤


눈물보다 아름다운 시를 써야지.

꿈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대 한 사람만을 위해

내 생명 하나의 유리이슬이 되어야지.


은해사 솔바람 목에 두르고

내 가슴의 서쪽으로 떨어지는 노을도 들고

그대 앞에 서면

그대는 깊이 숨겨 둔 눈물로

내 눈 속 들꽃의 의미를 찾아내겠지.


사랑은 자기를 버릴 때 별이 되고

눈물은 모두 보여주며

비로소 고귀해진다.

목숨을 걸고 시를 써도

나는 아직

그대의 노을을 보지 못했다.


눈물보다 아름다운 시를 위해

나는 그대 창 앞에 꽃씨를 뿌린다.

오직 그대 한 사람만을 위해

내 생명의 꽃씨를 묻는다.

맑은 영혼으로 그대 앞에 서야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침편지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