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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편지133

2022.8.28 이기철<내가 만난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by 박모니카

봄날의 산책길에 어느덧 또 하나의 계절빗장이 채워집니다. 글로서 늘 부족했던 제 마음에 들어온 시어들로 이 세상 누구보다 부자로 만들어준 책방시간들. 봄과 여름 내내 책방 길에 오고 가며 꽃을 피워준 사람들과 나눈 시 이야기로 잔치를 열고 싶었죠. ‘시낭송잔치’. 어제 두 번째 잔치는 봄날, 책방을 열면서 제가 꿈꾸웠던 한 여름밤의 시 음악회가 꿈이 아닌 현실이 된 시간이었습니다. 전 늘 믿고 있지요. ‘꿈꾸는 대로 이루어지리라’라는 말을요. 시낭송에 참여했던 어린이들과 성인들, 그리고 방문객 모두 ‘정말 제대로 멋진 꿈 잔치에서 놀았다’라고 느끼셨길 믿어요. 저는 낭송가들이 시를 들려줄 때마다 눈물나게 행복했습니다. 여름밤 풀속 모기떼들의 극성을 가을의 전령사 귀뚜라미들이 나서서 제압하며 우리들의 시낭송에 자연의 화음까지 넣어주었으니 이 세상 어디에서 이런 극진한 후원을 받겠나이까. 모두 고맙습니다. 오늘의 시는 어제 잔치에서 피날레를 보여주신 윤혜련님이 낭송한 이기철 시인의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를 들려드립니다.

평화로운 휴일되소서. 봄날의 산책 모니카.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 이기철​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 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시낭송잔치사회자 모니카
김채율어린이 시낭송 <바람과 모자>
윤혜련님의 시낭송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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