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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편지135

2022.8.30 김후란<낮은 목소리>

by 박모니카

지난 주말 시낭송잔치의 여파가 새로운 물결로 다가왔어요. 낭송가들의 일면을 기억해서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썼는데요, 그분들과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되었지요. 물론 처음 만난 사람들이라 열 길 속내를 가진 사람의 맘을 다 알 수는 없지요. 그런데 시를 좋아해서 시낭송잔치에 왔다는 그 한마디는 막혔던 가슴 속을 톡 쏘아주며 길을 내주는 사이다처럼 느껴졌어요. 시인의 마음에 공감(empathy)이 되는 낭송가가 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아무리 고운 목소리로 멋지게 낭송을 하더라도 시인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며 낭송하는 진심은 아무나 표현할 수 없지요. 전 지금도 낭송가들이 보여주었던 진심어린 목소리가 들려와요. 다시한번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명제와 소중한 인연들을 깊이 간직하는 아침입니다. 오늘의 시는 김후란시인의 <낮은목소리>. 봄날의 산책 모니카


낮은 목소리로 / 김후란


이제 남은 한 시간

낮은 목소리로

서로의 가슴을 열기로 하자

잠든 아기의

잠을 깨우지 않는 손길로

부드럽게 정겹게

서로의 손을 잡기로 하자

헤어지는 연습

떠나가는 연습

아침마다 거울 앞에서

흰 머리칼 하나 발견하듯

이해(理解)의 강을

유순히 따라가며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자

그리하면

들릴 것이다

깊어 가는 겨울밤

세계의 어딘가에서 울고 있는

풀꽃처럼 작은 목숨

나를 지켜보며

조용히 부르는 소리가

8.30 목소리.jpg 금강하구둑의 관문에서 흘러나오는 밤 빛을 담은 강물에서도 당신의 목소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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