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8.30 김후란<낮은 목소리>
지난 주말 시낭송잔치의 여파가 새로운 물결로 다가왔어요. 낭송가들의 일면을 기억해서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썼는데요, 그분들과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되었지요. 물론 처음 만난 사람들이라 열 길 속내를 가진 사람의 맘을 다 알 수는 없지요. 그런데 시를 좋아해서 시낭송잔치에 왔다는 그 한마디는 막혔던 가슴 속을 톡 쏘아주며 길을 내주는 사이다처럼 느껴졌어요. 시인의 마음에 공감(empathy)이 되는 낭송가가 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아무리 고운 목소리로 멋지게 낭송을 하더라도 시인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며 낭송하는 진심은 아무나 표현할 수 없지요. 전 지금도 낭송가들이 보여주었던 진심어린 목소리가 들려와요. 다시한번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명제와 소중한 인연들을 깊이 간직하는 아침입니다. 오늘의 시는 김후란시인의 <낮은목소리>. 봄날의 산책 모니카
낮은 목소리로 / 김후란
이제 남은 한 시간
낮은 목소리로
서로의 가슴을 열기로 하자
잠든 아기의
잠을 깨우지 않는 손길로
부드럽게 정겹게
서로의 손을 잡기로 하자
헤어지는 연습
떠나가는 연습
아침마다 거울 앞에서
흰 머리칼 하나 발견하듯
이해(理解)의 강을
유순히 따라가며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자
그리하면
들릴 것이다
깊어 가는 겨울밤
세계의 어딘가에서 울고 있는
풀꽃처럼 작은 목숨
나를 지켜보며
조용히 부르는 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