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8.31 박노해<발바닥사랑>
온 세상을 온통 초록 휘장으로 펄럭거렸던 8월. 절로 팔팔 뛰어오르는 삶의 오감을 선물했던 8월. 가장 뜨거운 사랑의 구애를 보여주었던 8월. 매일 새벽 달콤한 감로수로 생명의 목마름을 달래주던 8월. 끊임없이 부지런히 변화하는 역동의 씨앗을 세상 곳곳에 심어주었던 8월이 마지막을 고하네요. 한여름의 복판에 서서 자연이 주는 에너지파도 위에 몸을 싣고 살았던 저에게는 또 한번의 큰 이별입니다. 일년 365일 정상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바닥이 보내는 신호를 들어보네요. 지금까지 ’잘 살고 있나‘ 그냥 살지 않고 정말 ’잘‘살고 있나. 머리로만, 생각으로만, 마음으로만 사는건 아닌가. 때론 바보스럽게 둔한 몸짓일지라도 정직한 손과 발로 살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약속 잘 지키고 있었나. 8월의 영혼이 떠나면서 당부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아침입니다. 오늘의 시는 박노해 시인의 <사랑은 발바닥이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사랑은 발바닥이다 - 박노해
머리는 너무 빨리 돌아가고
생각은 너무 쉽게 뒤바뀌고
마음은 날씨보다 변덕스럽다.
사람은 자신의 발이 그리로 가면
머리도 가슴도 함께 따라가지 않을 수 없으니
발바닥이 가는 대로 생각하게 되고
발바닥이 이어주는 대로 만나게 되고
그 인연에 따라 삶 또한 달라지리니
현장에 딛고 선 나의 발바닥
대지와 입맞춤하는 나의 발바닥
내 두 발에 찍힌 사랑의 입맞춤
그 영혼의 낙인이 바로 나이니
그리하여 우리 최후의 날
하늘은 단 한 가지만을 요구하리니
어디 너의 발바닥 사랑을 좀 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