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9.1 정채봉<첫마음>
가을이 사랑하는 악기, 바이올린 연주곡,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가 이 새벽을 울립니다. 9월의 첫날은 어떤 모습일까 그 발자욱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코로나 학번인 딸은 대학생다운 학교생활을 해본 적이 없지요. 수능을 준비하던 그 모습 그대로 박제되어 버린 한 마리 새, 푸른창공을 날아본 적이 없어요. 타향살이의 외로움과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이 두려워 휴학을 했다가, 오늘 복학합니다. 집 이사로 수고할 저를 위해 살림살이 정리정돈에 끝없이 따뜻한 손길과 사랑의 말을 보탰지요. 얼마 전 딸은 엄마한테 받는 손편지를 받고 싶다 말했는데, ’응응‘ 대답만 하고 결국 쓰지 못하고 딸을 보내네요. 급하게나마 바이올린이 쓰는 선율을 따라 딸을 향한 고마움을 보내요. 이사 후 가장 먼저 그녀에게 ’가을편지‘를 쓰겠다고 제 일정에 써 놓았구요. 대학합격을 알렸던 딸의 첫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때 저와 딸의 마음에 그려졌던 기쁨의 동심원, 그 안에 담았던 첫 마음을 다시 꺼내어 딸에게 건네주고 싶습니다. 오늘의 시는 정채봉시인의 <첫마음>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첫마음 - 정채봉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을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 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 일을 한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개업 날의 첫 마음으로 손님을 언제고
돈이 적으나 밤이 늦으나 기쁨으로 맞는다면,
세례 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다닌다면,
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
그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여행을 떠나던 날
차표를 끊던 가슴뜀이 식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그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가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