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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편지139

2022.9.3 법정<버리고 떠나기>

by 박모니카

초강력태풍 ’힌남노‘가 온답니다. 이름이 독특하여 검색하니 라오스의 생태보호구역의 이름이군요. 역설적이게도 이 태풍으로 인해 인간이 만든 자연생태의 위기를 깨닫게 될 수 있을까요. 다른 때 같으면 태풍이 일으키는 자연현상을 잠시라도 고민하련만, 오늘은 부득이 그럴 여유를 부릴 수 없네요. 이사를 하거든요. 굳이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건 아니지만, 몇 년 전부터 고민했지요. 사는 범위를 줄일 것 을요. ’가장 최소 단위로 사는 연습을 해보자‘ 라구요. 법정스님이 말씀하신 ’무소유‘까지는 감히 엄두도 낼 수 없지만 가장 가깝게 흉내라도 내보자 라고 맘을 정했어요. 결혼 후 20여년 동안 함께 지냈던 책, 옷, 이불, 가구 등 살림의 상당량을 비웠답니다. 비웠으니 또 쌓여지겠지요. 그러나 앞으로는 자주 비워야겠어요. 행여나 부려지는 욕심이 있다면 창피해지는 나이니까요. 9월의 첫 주말, 없어도 될 한 조각의 물상이라도 있는지, 비워내는 일이 얼마나 큰 자유를 주는지 느껴보소서. 오늘의 글은 법정스님의 산문집<버리고 떠나기> 중 일부를 시 연으로 보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버리고 떠나기 – 법정스님


버리고 비우는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라

지혜로은 삶의 선택이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는

새것이 들어설 수 없다


일상의 소용돌이에서 한 생각 돌이켜

선뜻 버리고 떠나는 일은

새로운 삶의 출발로 이어진다


미련없이 자신을 떨치고

때가 되면 푸르게 잎을

틔우는 나무를 보라


찌들고 퇴색해가는

삶에서 뛰쳐나오려면

그런 결단과 용기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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