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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편지145

2022.9.9 박노해 <나눔의 신비>

by 박모니카

우리 민족의 명절 추석 연휴가 시작되네요. 며칠 전부터 만월을 준비하는 달님의 동작을 보느라 밤마다 하늘을 보았습니다. 말랭이에 온 후로 낮이건 밤이건 하늘을 보는 날이 많아졌어요. 어젯밤 책방의 밤하늘은 두터운 구름 때문인지 제 얼굴을 감추고 있었지만 저를 알고 있었죠. ’이틀만 더 기다려다오. 이쁘게 더 이쁘게 보여주려고 단장하고 있으니.‘ 라는 달님의 목소리가 들렸으니까요. 추석 전에는 인사드려야 할 분이 많아서 정신없이 다니지만 이런 부산함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특별히 어제는 나운복지관의 무료급식혜택을 받는 분들 330여명에게 추석선물로 떡을 나누었어요. 저를 믿고 기부를 해주신 분들의 후원으로요. 점심 한끼를 얻기 위한 삶의 현장을 보면 늘 마음 한쪽이 아리지만 그 또한 외면하면 안되는 모습이기에 한번이라도 함께 있으려고 해요. 명절은 아프고 외롭고 멀리있는 그 누군가를 더 생각하고 챙기라고 있는 특별한 날이예요. 밝고 맑은 보름달님이 비춰주는 소외받는 당신의 이웃. 부디 당신의 따뜻한 눈길이 한순간이라도 머무는 추석이길 기도합니다. 오늘의 시는 박노해 시인의 <나눔의 신비>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나눔의 신비 - 박노해


촛불 하나가 다른 촛불에게 불을 옮겨 준다고

그 불빛이 사그라지는 건 아니다

벌들이 꽃에 앉아 꿀을 따간다고

그 꽃이 시들어 가는 건 아니다

내 미소를 너의 입술에 옮겨 준다고

내 기쁨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빛은 나누어줄수록 더 밝아지고

꽃은 꿀을 내줄수록 결실을 맺어가고

미소는 번질수록 더 아름답다

자신의 것을 잃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나누어 줄 수 없고

자신을 나누지 않는 사람은

시간과 함께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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