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침편지144

2022.9.8 김준엽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by 박모니카

진정 가을인가 봅니다. 새벽에 듣는 음악하나도 피아노곡보다는 바이올린곡을 선곡하고요. 배경그림 하나도 어느새 알록달록 진갈색의 낙엽산에 눈길이 가니까요. 자연의 색이 깊어가니 제 맘도 깊어가야 하거늘, 문득 ’잘 살고 있는거야?‘라는 자문을 하네요. 전 영어를 가르치는 업으로 먹고 살지요. 누군가에게 제 앎을 전하는 것을 즐거워해요. 매 순간 즐겁게 살기 위해 매 순간 지식을 추구하는지도 몰라요. 지식이 부족한 지혜는 주춧돌이 약한 집과 같으니까요. 어젯밤 늦게 수업 후 지인 두 분과 짧막한 만남이 있었지요. 한 분은 제 삶의 모습을 보고 당신 에세이의 한 칸에 저를 넣어주셨다 해서 감동했어요. 또 한 분은 저녁밥으로 먹으라고 따뜻한 손길로 초밥을 건네주셨어요. 두 분 모두 오늘의 저를 있게 하는 양식을 주신거예요. 이 새벽에 그분들이 생각나고 ’정말 잘 살거야!‘다짐하면서 갑자기 울컥해지는 걸 보면 분명 가을입니다.

오늘은 김준엽 시인의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김준엽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가 몇 가지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얼른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나는 사람들에게 상처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나는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겠습니다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나는 자랑스럽게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나는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겠습니다.


<참고로, 이시는 흔히 윤동주 시인 것으로 인터넷에 올려져 있으나,

뇌성중증마비 김준엽 시인의 시 임을 정보공유합니다>

9.8 초밥1.jpg
9.8초밥2.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침편지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