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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편지146

2022.9.10 윤인애<선물>

by 박모니카

인연은 참으로 오묘합니다. 작년 이맘때 군산시 관광과에서 주최한 ’군산여행에세이‘에 글 하나 써볼까 하니, 말랭이마을만 처음 보는 곳이었지요. 한순간이라도 체험이 없으면 글 한 줄도 쓰지 못하는 사람이라 낮과 밤 두 번을 왔었답니다. 낮에는 옹기종기 야트막한 언덕위에 모여 있는 마을모습이 작은 콩나물시루같이 정겨웠습니다. 밤에는 월명산아래 마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청명한 밤하늘에 달이 떠 있었답니다. 응모에세이 속에 김용택 시인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의 한 구절을 넣었지요. 부족한 글이 영화로운 달빛을 받아 당선도 되고, 이곳 책방지기까지 되는 행운이 왔으니 이보다 더 큰 인연은 없겠지요. 추석전야, 책방 위 팔각정에서 바라보는 보름달은 참으로 밝았습니다. 얼마나 멀리 있기에 이 세상을 다 감싸주는 팔을 가졌는가. 얼마나 담고 있길래 이 세상에 다 쏟아도 저 빛이 줄어들지 않는가. 달이 하도 예뻐 지인들에게 보내니, 건물들에 치어 달이 안보인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오늘은 추석, 달빛이 가장 환한 가을저녁이라 하여 월석이라고도 하지요. 당신의 소망을 듣고자 이쁜 미소와 넓은 품으로 찾아온 달 손님을 결코 박대하지 마시고 꼭 밤하늘보며 눈길한번 주세요. 당신의 모든 희노애락을 공감해주는 따뜻하고 속 깊은 인연이 되어줄거예요.

오늘의 시는 윤인애시인의 <선물>. 봄날의 산책 모니카


선물 - 윤인애


지난해 추석

두 시간 거리에 사는 시인께

- 보름달이 참 밝습니다

문자를 띄웠더니

이곳엔 달이 오지 않아 쓸쓸하다고

날아든 답장이

홀로 비운 술잔 같다

마침 내게는 두 개의 보름달이 있어

연못에 걸린 달을 급행으로 보내주고

빈자리에는 흰 구름 한덩이 걸어 두었다


도착했노라,

소식을 듣던 깊은 밤

시인의 마을에서는 달도 시를 쓰는지

계수나무 아래서 은유를 즐기고

떡 방앗간 토끼도 별을 빚는다는데

이번 한가위에는

교통체증으로 복잡할 하늘길 피해

덜 여문 달이라도 서둘러 부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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