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150

2022.9.14 김남영<부추꽃>

by 박모니카

어제는 꽃들과 수다잔치를 벌인 날이었네요. 산행을 좋아하는 후배와 함께, 아침에는 월명산, 점심에는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전통찻집에서 꽃들을 사진에 담았어요. 책방오픈 6개월여 시간, 제 평생 본 꽃보다 백배이상 더 많은 꽃을 보고 살고 있습니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지금보다 더 젊고 아름다운 시절, 꽃 한번 제대로 보지 않고 살아온거네요. 하지만 지난 시간을 안쓰럽게 바라볼 대신 위로하고 격려하며 살아도 될 앞날의 시간에게 아부하죠. 반복되는 일상의 시간 틀속에 들어가기 전, 짬짬이 저만의 시간을 만들며 계절의 변화를 따라갑니다. 순응하며 사는 삶, 때를 알고 때에 맞춰 행동하는 삶, 무엇이든 능히 오래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그러려면 사시사철 대자연의 숨결을 느끼는 지혜가 필요하지요. 지혜롭게 살기 위해 몸과 마음으로 끝없이 공부를 하다보면 어느날 저의 작은 숨결 한 줄기를 받아주는 자연(Mother Nature) 안에 머물겠지요. 어제 본 꽃 중 부추꽃을 시로 쓴 분의 글을 들려드려요. 김남영님의 <부추꽃>. 봄날의 산책 모니카.

부 추 꽃 – 김남영


초록 긴 대롱 끝

하얀 쌀알 하나 매달고

하늘로 오른다


새벽 싸한 바람 힘겨워

흔들흔들 살랑살랑

한톨의 쌀알 터트려

사르르 녹아내릴 것처럼 가냘픈

여섯 잎 하얀 꽃 한 다발

하늘을 닮아 둥그니

땅을 닮아 둥그니


민들레 꽃씨 둥그나

허망하게 날아가련만

그래도 넌 검정 쌀알을

품에 안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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