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공기가 시원함을 넘어 차갑네요. 봄 여름내내 책방 앞 전깃줄에 들고 날며 영역을 표시하던 새들도 왠지 9월들어 내는 목소리에는 무거운 추 하나를 단 듯 숙연함이 묻어납니다. 창문 틀에 앉아 있으려니 눈앞에 의자 셋이 보이네요. 이곳도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고 사람들이 올라오는데 얼마나 힘들까 싶어 내놓았었지요. 저 의자에 앉아 앞에 보이는 어머니 치맛자락 같은 월명산과 마을을 보며 긴 한숨 한번 내쉬고 가시라 했던거지요. 이제보니 ‘저 의자야말로 제 몫을 다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불쑥듭니다. ‘의자‘ 두 글자를 아무 생각없이 썼었는데, 오늘따라 저 사물이 내보이는 한 점이 월명산의 품자락보다 더 커보입니다. 사람도 사물도 누군가에게 '소용있는 것'이 된다는 것은 ’의자가 되어주는 일‘. 나는 얼마나 다른 사람에게 의자가 되어주고 있는가. 오늘도 새벽부터 평범한 사물 벗(友), 의자한테서 귀한 가르침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