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9.24 정현정<귀>
말과 글은 한 몸이어야 하는데 두 몸처럼 낯설음이 느껴질 때가 많지요. 매일 수많은 말을 하고 들으면서 막상 글로 남겨놓으려 하면 빈 백지 위에 서 있습니다. 그때 눈을 감고 정신을 모아 생각하지요. 무엇이 중요한지를. 흔한 말로 입은 하나고 귀가 둘인 이유를 저절로 알게 됩니다. 들은 말을 무조건 많이 담아 놓는 두 개의 귀가 아니라 내 몸에 유익한 말을 잘 걸러내는 두 개의 귀 체가 있구나. 체를 통해 걸러진 고운 가루처럼 거친 말은 무조건 걸러지는 귀 체를 가지로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이렇게도 빨리 세월은 오고 가는가 싶게 구월의 마지막 주말입니다. 가을풍광을 느끼려 사람 속으로 들어갈 일이 많겠지요. 그럴수록 말은 줄이고 귀를 열고 몸으로 체감하는 시간을 꼭 허락해보세요. 농익은 가을풍경은 자연의 소리를 많이 듣고 담아놓은 모습이니까요. 아, 한가지 더, 말랭이마을 골목잔치도 있어요. 책방에서 열리는 어린이동시잔치를 포함해서 맛깔스런 여러 작가들의 활동이 있구요. 오늘의 시는 정현정 시인의 동시 <귀>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귀 - 정현정
입의 문
닫을 수 있고
눈의 문
닫을 수 있지만
귀는
문 없이
산다
귀와 귀 사이
생각이란
체 하나
걸어놓고
들어오는 말들 걸러내면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