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161

2022.9.25

by 박모니카

어제 말랭이마을의 골목잔치. 가을 하늘이 지붕이 되고 시원한 바람이 부채가 되니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저절로 잔치마당으로 모여들었죠. 책방에서 주최한 '어린이 동시잔치'에도 많은 분들이 오셔서 책방지기들의 마음은 풍선처럼 가볍게 하늘을 날았습니다. 행사를 주관할 때 늘 고민하는 것은 ‘관심과 참여하는 사람의 수’ 이지요. 다행스럽게도 책방 오픈후 행사마다 보내주는 여러분의 사랑. 더욱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문화의 씨앗을 많이 뿌려달라는 주문으로 알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여러분을 만날께요. 행사 후 쉬고 있으니, 한 지인이 구절초 꽃밭에 갔다고 사진을 보내왔네요. 가을이면 ‘추국만향’이라. 역시 국화의 계절이지요. 늦은 서리가 내릴 때까지 향기를 머금고 살아가는 국화가 지면 다른 꽃을 볼 수 없어요. 그러니 올 가을 국화향기 가득 모은 시 구절로 말랭이 마을을 적셔볼까 합니다. 혹여라도 책방에 오시는 길, 작은 국화꽃 한 다발 주신다면 한없는 기쁨이겠나이다.

오늘의 시는 김용택 시인의 <구절초꽃>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구절초꽃 / 김용택


​하루해가 다 저문 저녁강가로

산그늘을 따라서 걷다보면은

해 저무는 물가에는 바람이 일고

물결들이 밀려오는 강기슭에는

구절초꽃 새하얀 구절초꽃이

물결보다 잔잔하게 피었습니다


​구절초꽃 피면은 가을 오고요

구절초꽃 지면은 가을 가는데


​하루해가 다 저문 저녁 강가에

산너머 그너머 검은 산 넘어

서늘한 저녁달만 떠오릅니다


​구절초꽃 새하얀 구절초꽃에

달빛만 하얗게 모여듭니다

소쩍새만 서럽게

울어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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