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9.28 김현승<가을의 기도>
가을햇살을 비유하라면 아마도 ‘여자들의 즐거운수다’ 라고 말하고 싶었던 어제의 오후. 틈새여행을 즐겨보자는 중년의 여자들, 그 어떤 하늘의 뜻이라도 ‘그려러니’ 하며 받아낼 줄아는 지천명의 여자 다섯명이 금강 하구의 강물과 나포들녘의 황금물결을 즐겼습니다. 어린시절 소풍가던 날 엄마의 도시락을 기다리던 그 설렘을 느끼고 싶어 비빔도시락도 준비했지요. 각각 커피, 사과, 배를 가지고 지인의 텃밭별장에 모여들자마자 수다와 웃음은 폭포수가 되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가을열매들을 몸 안 가득히 채운 가을여자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짧막한 점심시간의 외출만으로도 멋진 가을여행을 만끽할 수 있는 저력을 자화자찬하면서요.
꼭 긴 시간이 아니더라도 곳곳이 가득한 가을향기를 찾아 떠나보세요. 나이들수록 부쩍 생각하죠. 천혜의 자연으로 둘러싸인 군산에 살고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지를요. 오늘의 시는 김현승시인의 <가을의 기도>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가을의 기도(祈禱)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